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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칼럼

    ‘진짜 농민’을 위한 농정이 필요하다 | 김태연 단국대학교 교수, 지역재단 이사
    • 작성일2025/04/22 15:01
    • 조회 18
    농업의 산업적 성장 기여 농민 지원하고
    지역 생태계·환경보전 활동 등도 보상을
    ‘무임 승차자’ 구분 작업 우선 추진돼야


    국내외 정치·경제의 혼란이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으로 촉발된 세계 경제의 혼란이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할 수 없고, 국내에서도 계엄과 탄핵에 의한 정치적 불안정과 경제 침체의 해결 방안이 모호한 상황이다. 대선을 통해서 새로운 정권이 들어선다면 어느 정도 안정을 찾을 수 있겠지만, 그 전에 미국의 통상압력에 대응하는 정책을 수립해야 하는 상황이다. 산업계에서는 대미 무역흑자를 조정하기 위한 방안과 반도체나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여기에 농업과 농촌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부족한 것 같다. 그동안 미국과의 통상협상 과정에서 항상 축산물과 곡물의 수입 개방이 핵심적인 부분이었기 때문에 이에 대처하기 위한 방안이 선제적으로 논의될 필요가 있다. 

    그런데, 농업계에서는 지난 정부에서 추진했던 ‘중소농가 소득보전 중시 농정’과 ‘산업화 추구 농정’ 간의 논란이 제대로 정리되지 못해서, 미국의 수입개방 압력에 어떤 자세를 견지해야 할지 애매한 상황이다. 말하자면, 두 달 후에 들어설 새로운 정부가 어떤 농정 방향으로 나아갈지 모르기 때문에 현재 협상에서도 농업과 농촌의 무엇을, 어떻게 지키고 발전시키자고 제안할지 불명확하다. 그러나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우리 농정이 우리나라 농업·농촌발전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진짜 농민’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 없는 사실이다. 그래서 지난 UR(우루과이라운드)이나 한·미 FTA 협상 때와 같이 무조건 ‘수입개방 반대’라는 입장보다는 우리 농업에 도움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를 인식하고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서 아직 세부적인 협상 내용을 결정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할지라도, 우리 농업·농촌 발전에 기여하는 ‘진짜 농민’을 어떻게 지원해야 하는지를 인식하는 농정을 우선적으로 정립하고 이를 기준으로 세부적인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진짜 농민’이라고 해서 농업인 정의를 새롭게 하자거나 단순히 전업농을 지원하고 겸업농과 소농을 배제하자는 것이 아니다. 농민 각자의 농업 활동 수준에 맞는 지원으로 이들의 기능과 역할을 최고 수준으로 올리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다. ‘진짜 농민’을 지원하는 정책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첫째, 농업의 산업적 성장에 기여하는 농민을 지원하는 것이다. 농업 생산에 연관되는 전후방 산업을 지원하고 해외시장을 개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전통적인 농산물 생산을 넘어서 스마트팜과 다양한 범위의 푸드테크, 그리고 한류열풍을 활용한 K-푸드의 성장도 포함될 수 있다. 즉, 일정한 농지 면적을 기준으로 하는 농민 정의를 넘어서서 우리 농산물을 생산하면서 가공·유통·관광·판매·수출에 관여해 농업의 산업적 성장에 기여하는 모든 주체들을 ‘진짜 농민’으로 설정해서 지원하는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다. 

    둘째, 농업 활동을 통해서 지역의 생태계와 환경보전에 기여하는 농민을 지원해서 농촌을 쾌적하게 관리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들의 농업활동은 생산성 향상이 아니라 환경자원을 보존해서 공공재 공급을 증가시키는 것에 초점을 두는 것이다. 그렇다고 모두 친환경농업을 하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농산물을 생산하지 않더라도, 환경친화적인 토지 관리로 지역 환경과 생태계를 보전하고 이를 지역사회의 다양한 주체들이 관광이나 체험 및 교육에 활용하도록 함으로써 농촌의 경제적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 

    여기서 ‘진짜 농민’ 개념에서 제외되는 사람은 작은 농지를 갖고도 기술이 부족해서 각종 농약과 화학비료에 의존하는 농사를 하거나 고령으로 인해 노동할 능력이 부족해서 주위 사람의 도움에 의지하는 농민들이다. 특히, 유통과 판매도 제대로 할 수 없어서 이웃에게 위탁하는 정도라면, 이들을 우리가 더 이상 ‘진짜 농민’이라고 부를 수 없을 것 같다. 이 농지를 진짜 농민들에게 이전해서 효율적(또는 환경친화적)으로 활용하도록 하는 것이 우리 농업·농촌 발전에 더 바람직한 방향일 것이다. 

    이러한 ‘진짜 농민’의 개념을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좀 더 논의가 필요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농촌에서 농지를 소유하거나 경작하고 있다고 해서 무조건 농민으로 간주하는 것보다는 ‘자신의 영농활동을 객관적으로 증빙하고 이웃 주민 누가 보더라도 현재 농민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것을 당연히 인정받을 수 있는 사람’을 ‘농민’으로 설정하고 지원하는 농정을 펼쳐야 할 것이다. 험난한 대미 무역협상을 앞두고 우리 농정이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할 ‘진짜 농민’과 그렇지 않은 ‘무임 승차자’를 구분하는 작업이 우선 추진돼야 할 것이다.

    출처 : 한국농어민신문 https://www.agrinet.co.kr/news/articleView.html?idxno=336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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