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강물처럼 뭇 생명 살림에 햇살 같은 이들
팔당생명살림영농조합
양수일 사무국장(팔당생명살림영농조합)
이수두, 두미강, 팔당, 상수원, 양수리, 두물머리, 생명살림...... 팔당에 다른 이름을 쓰라면 이 정도쯤 될까? 이현주님의 시, “남한강은 남을 버리고 / 북한강은 북을 버리고 / 아아, 두물머리 너른 들에서 / 한강 되어 흐르는데 <중략> 설레이는 두물머리 깊은 들에서 / 우리는 서로 만나 무얼 버릴까?”처럼 양수리는 다른 농촌보다 사람냄새 흙냄새 진한 만남이 있는 곳이고 그만큼 곡절 또한 가득하다.

지역에 생명살림문화를 싹 틔워
지금은 사단법인 팔당생명살림, 영농조합법인 팔당생명살림, 소비자생활협동조합 팔당생명살림 등 세 부문으로 분화되었지만, 당초에는 ‘팔당상수원유기농업운동본부’로 시작했다. 양수일 씨는 팔당생명살림 영농조합의 사무국장이다. 팔당지역(남양주, 양평, 광주, 여주) 100여 호 유기농업 농가의 살림을 도맡아 가족농의 희망을 일구고 있다. 100여 호 농가는 평균 1,500평(4,958㎡)의 농지를 경작하고 있으니 가족소농에 속한다. 일전에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원들이 팔당에 방문해 800여 평 소농이면 얼마나 버냐고 물었다. 농민 왈, “많지는 않지만 적절히 쓸 만큼은 되며 얼마를 벌었나 보다는,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하다”고 이야기했단다.
팔당사람들을 굳건히 세우는 바람
팔당지역은 유달리 우여곡절이 많았다. 1970년 개발제한구역으로 설정된 데 이어 73년에는 팔당댐 건설로 지역 농민, 어업인들의 삶이 수몰지구에 포함되었으며, 1990년 수질보전특별대책지역 지정으로 하천부지 경작이 금지되었다. 그러자 식수원도 살리고 우리도 살고 싶다는 농민들의 몸부림으로 1995년 팔당상수원유기농업운동본부가 결성되었다.
하지만, 팔당지역이 2009년 4대강살리기사업 9공구로 지정된다. 기존의 유기농단지가 제방과 공원단지, 자전거도로, 준설 등으로 다시 위기에 봉착했다. 전체 경작지 중 4할 정도가 4대강 사업에 포함된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팔당의 30년 과정 중 이러한 곡절들은 오히려 팔당사람을 더욱 굳건히 세우는 바람일 뿐이다.
팔당의 얽히고설킨 사연만큼이나 양수일 국장이 팔당에 다다름도 그리 순탄치는 않았다. 유년기 아버님의 재혼 후 가족과 이별, 동두천에서 전남 장흥으로 삶터를 옮기면서 철모르는 시절의 가출과 도시하류생활, 청계피복노동조합 10년의 세월, 재단사로 벌인 협동조합방식의 우리옷 사업, 배움의 끈을 놓치지 않았던 야학활동 등 그의 지난 삶은 헤어진 4남매를 다시 만나게 했고 그를 자연스레 팔당으로 인도했다.
춘삼월 한낮의 따듯한 햇살 같은 사람
농업・농촌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농촌에 대한 기억이라고는 어릴 적 전남 장흥서 찐 모를 날라준 것뿐 유기농업은 더더욱 몰랐지만, 무엇보다 농민들의 자치조직에 몸담는 것이 큰 즐거움이었다고 한다. 그는 사람 만나는 일에 자신감이 있었고, 100여 농가와 가족이 된다는 자체가 큰 품안으로 들어가는 느낌이었다고 한다. 무작정 중고 차량을 한 대 구입해 팔당농민들의 시름인 ‘많을 때 넘쳐나고, 없을 때 한 쪽도 없는’ 적체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도시로 특판을 다녔다. 그러면서 영농조합의 생산팀장을 거쳐 사무국 살림살이를 도맡게 되었다.
남한강, 북한강, 한강을 사이에 두고 조합원들의 협동이 원활했던 것은 타인에 부러움 반, 질시 반의 시선을 조화롭게 잘 꾸려 나온 사무국 때문이라고 양수일 국장은 전한다.
“100여 농가와 일을 함께하다 보면 많은 문제들이 생기는데, 조합원들 모두에겐 각자의 처한 조건과 환경이 있다고 봅니다. 팔당에서 두 강이 만나 한강이 되었듯이 그분들 내면에 먼저 마음을 쓰고 해결책을 찾는 것이, 좀 더디지만 모두가 함께 갈 방향이 새록새록 보이는 길이지요.”
풍요로운 상상력으로 가득한 곳 ‘팔당’
젊은 귀농인들, 고향을 다시 찾은 지역 청년들, 굳건히 팔당을 지켜온 선배농부들, 지역 내 생산과 소비를 이어주는 생협, 정신적 공동체 역할을 하는 사단법인, 그리고 재활용센터와 도서관 및 지역아동센터, 이 모든 것들이 팔당을 지탱하는 기반들이다.
매년 15만 명씩 방문하는 체험농장들, 소량다품목으로 생산하는 100여 농가의 70여 생산품과 가공시설들, 그리고 정성을 다해 출하하는 각각의 포장단위 들만 보아도 팔당영농조합은 ‘인(人)의 전술’ 그 자체이다. 영농조합은 실무자들로만 경영되는 것이 아니라 조합원들의 주체적 참여로 운영됨을 보여준다. 그만큼 사람을 중요시하는 속내가 들어 있다. 양수일 국장은 실무자에서 다시 생산동지로 태를 바꾸어 팔당에 계속 서기를 소망하고 있다.
〈글 정영기 지역리더 편집위원/ 2011 17th IFOAM 세계유기농대회조직위원회 홍보팀장)
- 위 내용은 재단 소식지 '지역리더' 13호에 실린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