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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업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한 정부의 ‘자활사업’으로 시작하여, 2100명이 일하는 로컬 푸드 사회적 기업을 꿈꾸는 사람들이 있다. 남원지역자활센터(관장 양기운)와 그 자회사격인 사회적 기업 새벽영농조합법인(대표 장석원)이 그 주인공이다.


자활을 넘어 공생의 삶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정부는 생계비 지원을 위한 한시적 공공근로사업을 벌였다. 이러한 정책의 일환으로 1999년 10월 소득이 최저생계비에 미달하는 가구에 그 부족액을 직접 급여하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제정하였고, 준비기간을 거쳐 이듬해 2000년 10월부터 발효되었다. 자활사업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수급자 중 근로능력이 있는 사람(조건부 수급자)와 차상위계층(소득이 최저생계비의 120% 미만인 사람) 등을 대상으로 일자리를 제공하고 궁극적으로 자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이다.

정부는 본격적인 법 시행에 앞서 2000년 7월 전국에 70개의 자활후견기관을 지정하여 자활사업을 담당하도록 하였는데, 남원자활후견기관(지금의 남원지역자활센터)도 그 하나다. 자활사업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거의 대부분은 시장에서 일자리를 얻기에 부적합한 사람들이다. 근로의욕이 없거나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경험, 기술, 능력 등이 부족한 사람들이다. 우리 사회에서 일자리가 없다는 것은 단순히 소득을 벌지 못한다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사회적, 정신적, 심리적으로 사회로부터 소외되는 사회적 배제를 의미한다. 이러한 취업취약계층을 모아 함께 일하도록 하고, 이들이 궁극적으로 자활(자립)하도록 한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그래서 남원지역자활센터의 양기운 관장은 자활사업은 경제사업이 아니라 사람 사업이라고 설명한다. 즉 사업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함께 일하고 일한 성과를 함께 나누는 ‘동업’ 정신이 없다면 이 사업은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동업, 형제지간에도 하지 말라는 옛말이 있듯이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양관장은 “함께, 더불어”를 말로만 추상적으로 외치는 사람일수록 남과 함께 일을 못하지만, 남원자활의 사람들은 함께 나누는 생활에 점차 익숙해지고 있다고 한다. 가난을 빼놓고 별로 공통점이 없는 사람들이 모여 하루 8시간씩 함께 일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생면부지의 사람들이 자활사업을 통해 인간적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 과정을 보며 한 사람의 태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양관장 스스로 배운다고 한다. “당신 때문에 세상이 좋아”라는 따뜻한 말을 하고, 아무도 하기를 원하지 않는 일을 “제가 할께요”라고 하고, 자기의 잘못이 아니지만 이웃을 위해 자기가 둘러쓰기도 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이 남원자활을 이끌어간다고 한다.

 

<표>는 남원지역자활센터가 하고 있는 일과 관련 공동체의 사업을 정리한 것이다. 남원지역자활센터의 사업은 크게 보면 정부로부터 민간근로위탁을 받아 사업단을 구성하여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업단 사업과 각종 공모사업에 응모하여 장애인, 저소득 여성 및 아동들에게 사회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으로 나눌 수 있다. 이 가운데서 중심사업은 자활사업 즉 정부의 민간근로위탁사업인데, 여기에 현재 7개의 사업단에 89명이 다양한 형태의 일자리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자활사업은 참여자들이 일단 사업단 형태로 일을 시작하여 일정한 정도 자립할 능력을 갖추게 되면, 사업단이 그 동안 사업수익으로 적립한 기금을 자본금으로 해서 자활공동체로 독립하도록 한다. 2002년 ‘새벽채소공동체’(2004년 흙살림새벽공동체로 발전)을 시작으로, 2005년 새벽건축, 2006년 새벽자원, 2007년 유기농이삭, 유기농밥상, 그리고 지난해에는 유기축산사업단이 초우반돈공동체로 독립하였다. 그리고 남원자활사업의 결정체로서 2007년에는 사회적 기업 새벽영농조합법인을 발족할 수 있었다. 2009년에는 새벽영농조합법인으로부터 유기농산물 유통을 담당할 새벽유통이 개인사업 형태로 분리되어 함께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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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 남원지역자활센터의 12명과 새벽영농조합법인은 10명은 상근자임(비정규직 포함)



시장원리를 넘어 떼알의 원리


양기운 관장은 남원자활의 사업을 떼알의 원리로 설명한다. 즉 남원자활이 다양한 일을 하고 있지만, 이들은 각각 별개의 사업이 아니라, 떼알의 원리에 의해 통합되어 있다는 것이다. 떼알은 무엇인가. 이것은 모래알에 대비되는 양관장의 조어(?)이다. 흙은 다양한 입자들이 모래알이 아니라 떼로 얽혀서 성립하듯이, 지역 사회도 떼알로 엮여야 건전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말이다. 남원자활지역센터, 자활공동체, 영농조합법인 등이 떼로 얽혀있기 때문에 이하에서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이들은 구분하지 않고 남원자활이란 말로 사용한다.

 

떼알의 원리는 출발은 지역순환영농이다. 남원자활은 남원시 두 곳의 아파트단지(1100세대)와 의료원에서 하루 2톤 정도의 남은 음식물을 수거하여, 이것을 사료로 해서 약 200두의 돼지를 사육하고 있다. 그 다음 가축의 분뇨에 짚과 왕겨 등을 썩어 자연발효시키면 훌륭한 퇴비가 된다. 이 퇴비를 이용하여 유기농 채소를 기른다. 이렇게 기른 돼지와 소 그리고 채소와 과일 등은 직영 유기농만나밥상식당에서 소비하고, ‘새벽 유기농 모듬’으로 약 200개 가구에 택배로 배달하고, 전북 도내 16개 시군의 노인복지관에 공급하고, 그리고 일부는 시장 유통을 한다. 남원자활의 지역영농순환의 철학은 자활공동체 ‘초우반돈’(草牛飯豚: 소는 풀로 키우고 돼지는 남은 음식물로 사육)의 이름에서 단적으로 알 수 있다.


 <그림 지역순환영농의 흐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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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관장이 떼알의 논리를 주장하는 이유는 시장원리로는 농업․농촌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양관장의 말은 “농산물을 팔아서 자립 자활하는 것‘은 허구라고 한다.  “농업생산조직은 원래 공동체 형태를 띤다. 농업만큼은 개별단위로 일하는 것보다 집산화를 이룰 때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 그러나 상업농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이러한 공동체는 사라지고 개별경쟁이 치열해졌다. 교통발달과 함께 시장이 빠르게 전국화하고 생산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단일 품목을 규모화하면서부터 문제가 발생한다. 단일품목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면 처음에는 생산비용이 낮아져 좋은 것 같지만 결국에는 시장의 요구에 맞춰가게 된다. 이 과정에서 많은 것이 희생된다. 겨울에도 과일을 생산해야 하는 농가에서는 기름을 때야 한다. 또한 개별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 고(高)투입 농법을 동원하게 된다. 그러나 농산물은 일정 시점에서 수요가 더 이상 늘지 않는다. 공급량이 수요를 초과하는 순간 농산물 가격의 폭락이 시작된다. 농산물은 재고를 쌓아놓을 수가 없기에 다른 생산물보다도 가격 하락폭이 훨씬 크다. 그 손해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농가는 실농하고 농촌을 떠나게 된다. 그래서 우리와 같은 영농조합은 농민의 개인 경쟁적 요소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경향신문 2009.12.6일자 인터뷰 내용).


 

시장유통이 아닌 사회적 유통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양관장의 말을 좀 더 들어보자. “이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은 농산물을 시장에 파는 구조 때문이다. 우리의 대안은 농산물을 ‘먹자’는 것이다. ‘공통 밥상’이라는 아이디어도 여기에서 나왔다. 농산물은 시장적이지 않다. 농산물이 시장적이지 않다는 생각은 매우 중요하다. 이는 시장적이지 않은 부분을 개척해야 한다는 뜻이다. 농업이 무차별적으로 시장화하는 이 시점에서 ‘시장적이지 않은 농산물에 비시장적 교환 훈련을 해보자’는 생각을 했고 ‘사회적 유통’에 대해 준비하게 됐다. 이는 ‘새벽유통’이 하고자 하는 일이다. 사회적 유통은 ‘보호된 교환’이다. ‘짜고 친다’는 말이 맞다. 주문자가 직접 현장을 돌아보고 상황을 이해하면 발주서를 함부로 쓰지 못한다. 주문자와 생산자가 한식구처럼, ‘함께 먹는 사이’로 발전해 가는 것이다. 내년부터는 주문자가 한 번에 1년 치 식재료 예산을 입금하면 우리가 그 규모에 맞게 재료의 구색을 맞춰 파종계획을 세워 납품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사회적 유통도 양관장이 만들어 낸 조어이다. 사회적 유통을 유기농산물의 예로 설명해보자. 유기농산물은 인기를 끌고 있지만 막상 그것을 먹을 수 있는 사람은 일정 소득 이상의 사람들뿐이다. 서민들은 비싸서 먹을 수 없다. 그러면 유기농산물을 생산하는 농민들은 돈을 버는가. 반드시 그렇지도 않다. 왜냐하면 유기농산물 가운데서도 시장에서 팔리는 것은 최상급 뿐이기 때문이다. A급이 아닌 B급 이하의 유기농산물은 판매할 곳이 없다. 그러데 B급 이하의 농산물도 외양에만 약간 하자가 있을 뿐 조리해서 먹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 남원자활의 ‘새벽유통’은 이러한 B급 이하의 유기농산물을 전라북도 내 16개 시군의 노인복지관에 한달에 대략  1500만 원 어치를 납품한다. 남원자활에 참여하는 유기농산물 생산자들도 시장에 휘둘리지 않고 수익을 얻을 수 있고, 저소득층인 노인들도 안전한 유기농산물을 먹을 수 있다. 사회적 유통이란 바로 이처럼 단순한 시장거래가 아닌 호혜적 사회적 관계를 토대로 해서 성립한다.


 

지역의 경제, 문화를 되살리는 지역민속전승사업


2007년 7월 정부는 사회적 기업 육성법을 제정하고 36개의 사회적 기업을 인증하였다. 남원자활의 양기운 관장은 사회적 기업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급히 노동부의 모임에 참석하여 4일 만에 사업계획서를 급조하여 사회적 기업 새벽영농조합법인(이하 ‘새벽’)의 인증을 받았다. 인증 받은 사회적 기업에 노동부는 사회적 일자리에 대해 최저임금의 70%를 지불한다. 사회적 기업은 참여대상에서 자활센터와 커다란 차이를 보인다. 자활센터는 국민기초생활법 상의 조건부 수급자와 차상위 계층 등 저소득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반면에 사회적 기업은 “취약계층에게 사회서비스 또는 일자리 제공”을 목적으로 하지만, 사회적 일자리의 참여자가 반드시 취약계층일 필요는 없다. 즉 사회적 기업이 자활센터에 비해 상대적으로 일자리 제공에서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에 필요하면 높은 임금을 지불하고 좋은 노동력을 고용할 수도 있다.

 

‘새벽’은 급조된 것이기는 하지만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고 남원자활의 7년간의 자활사업의 순환영농활동을 토대로 해서 설립된 것이다. ‘새벽’은 ‘유기순환영농을 통한 지역 민속 전승 사업’을 위해 60명의 사회적 일자리의 인건비를 지원받았다. ‘지역민속전승사업’, 이도 참 어려운 말이지만 양관장이 만든 말이다. 양관장은 참으로 아이디어가 무궁무진하지만, 말을 능란하게 다룬다. 지역민속전승사업이란 40년 전의 자급자족 영농전통을 지역민속 전승으로 조직하는 것이다. 즉 비시장적 생산을 지역민속이라고 규정하고, 농업생산조직(영농조합법인)이 유기순환영농(食,) 재활용(衣), 집수리(住: 주거서비스, 농촌주택 재건축 등) 등 기존사업을 짜깁기 하고, 영농현장의 생산, 이용, 가공, 소비의 전과정을 지역내 자급 하는 생활공동체(삶) 자체를 상품화 해보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농촌에 남아 있는 노인의 구체적 일상생활에 잠재해 있는 무궁무진한 민속적인 소재, 예를 들면 노동, 전통주거, 토속음식, 생활용품 제조, 소리, 악기, 굿 등을 복원하고 존속시키는 일을 통해 농촌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고 진정한 의미의 도농교류 사업을 하자는 것이다.

 

양관장은 2008년6월 ‘도시와 농어촌간 교류 촉진에 관한 법률’의 시행에 맞추어 도농교류로 새롭게 재정립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양 관장의 말을 들어보자. “문민정부 이후 정부가 농어촌구조개선 사업으로 많은 돈을 농촌에 투입했지만, 광역 단위 예산 안배, 지역단위 나눠주기 사업풍토로 인해 극소수의 헌신적 지역리더가 등장한 곳에서는 도시민의 시선을 집중했다는 의미에서 성공했다고 치부되고 있으나, 과연 그와 같은 농업농촌 성공모델이 지속가능한지 의문이다. 곧, 시장 중심적 인프라 확충을 통해 ‘주민소득증대’를 중심으로 같거나 다른 아이템을 동일한 시장방식으로 경쟁하게 함으로써 지역별 다양성이 소멸되고 보다 큰 자본과의 경쟁에 내몰림으로써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지역별 다양성 상실’이라는 위기감은 기초 지자체의 흉내내기 축제, 무분별한 지역상품 브랜드 난립, 시각적 상업주의 도시미관 등을 통해 녹색을 석유로 치장하는데 열중케 한다. ‘도시와 농어촌간 교류촉진에 관한 법률’은 마을단위 생산 대표조직이 도시와 농어촌간 교류 프로그램 예산을 기획․편성해 보는 훈련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① 먹는 것과 사는 것이 한데 엮이는 지역다양성이 연출될 가능성을 가짐과 동시에, ② 교류촉진이 식량주권과 로컬푸드를 포기하는 것이 아님을 증명하는 기회로 간주한다. 이는 지역 마을이 생산한 것을 마을 지역사람들이 먼저 먹고 즐겁게 사는 것을 연출함으로써 지역의 다양성을 생성하고 이것이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올바른 경쟁력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새벽’의 지역민속전승사업은 반드시 성공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남원자활이 기존에 해오던 음식물 재활용과 유기축산, 유기농산물 재배, 사회적 유통 등에서는 일정한 성과를 거두고 있으나, 그것들을 민속으로 전승하는데까지는 나아가지 못하고 있고, 노인들의 일상을 지역민속으로 발전시키고 있지 못하다.

 

그런데 개념이 애매하기는 하지만 ‘새벽’의 지역민속전승사업은 지역사회의 재생에 커다란 함의를 갖는다. 지역사회는 원래 의,식,주 그리고 문화에서 자급자족적이었다. 그러나 시장경제가 발전하고 지역경제가 국민경제 그리고 세계경제에 종속되면서 지역사회의 쇠퇴가 시작되었다. 즉 지역사회가 시장에 편입되면서 지역은 스스로가 공급해오던 재화와 서비스를 지역 밖의 자본에 의존하게 되고, 오로지 농산물을 생산하고 판매해서 필요한 재화와 서비스, 문화를 구매하는 소비자로 전락한 것이다. 전통주택은 아파트로 대체되고, 가양주와 한과, 장류 등 먹을거리도 대자본이 장악하고, 단작화로 인해 농민이 소비하는 농산물조차도 시장에서 구입하는 실정이고, 함께 즐기던 문화와 상부상조의 돌봄 서비스도 사라졌다. 지역민속전승사업이란 붕괴된 지역경제의 순환구조를 재생하여 지역을 자립적 존재로 재생시키기 위한 노력의 표현이 아닐까.

 


남원지역을 넘어 전북지역의 사회적 유통으로


사회적 기업 ‘새벽’은 2010년에 사회적 일자리를 60개에서 35개로 줄였다. 2011년이면 정부의 인건비 지원이 끝나기 때문에 나름대로 자구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새벽’은 자산이 3억5천만 원인데 부채가 2억 원이다. 지난 해 생산매출이 약 3억 그리고 유통매출액이 20억 원으로 총매출액이 23억 원인데, 당기순이익은 제로다. 정부의 인건비 지원을 고려하면 3-4억원이 적자인 셈이다. 내년 이후에 과연 ‘새벽’이 어떻게 생존할 것인가. ‘새벽’은 기존의 사업 이외에 흙집 신축, 광역친환경물류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려고 한다. 최근 자활공동체 ‘초우반돈’의 돼지우리 관리사를 흙집으로 지었는데, 평판이 좋아 3채의 건축 주문이 들어왔다고(그것도 건축비의 40%를 선급금으로 내놓으면서) 기대에 부풀어 있다.

 

‘새벽’이 역점을 두고 있는 것은 전북광역자활센터와 협력하여 ‘전북 광역친환경 농산물 유통’을 추진하는 것이다. 즉 전북에서 생산되는 친환경 농산물 중 기존 시장교섭에서 배제되는 B, C, D 급을 지역자활센터 또는 사회적 기업 기간조직을 활용하여 소비자에게 직거래하거나 친환경 단체 급식 수요를 충족시키는 사업이다. 이를 수행할 유통 전문인력을 ‘새벽’에서 발굴, 육성, 조직하고 전북광역자활센터가 지원하는 사업으로서 2009년2월부터 2012년1월까지 도 단위 물류기지를 포함하여 30명의 정규직원을 육성, 고용함으로써 광역단위 친환경 농산물 유통전문기업으로 발전하는 새로운 개념의 직거래 사업이다. 이 사업에는 18개의 지역자활센터, 광역자활센터, 사회적 기업, 생협, 친환경 또는 유기영농조합법인 등이 참여한다. 광역친환경물류를 위해 ‘새벽유통’을 설립하여, 전북 도내 7개 복지관에 등 단체 급식소에 식자재를 공급하기 시작하였고, 지역내 생산물 지역내 소비을 위해 ‘제철에 그 곳’이라는 브랜드 만들어 판촉활동을 개시했다. 아울러 사업장 단위 공통 밥상을 조직하기로 하고 지역자활센터 또는 사회적 기업 임직원부터 영농사업 참여자까지 확대하고 있다.

 

농산물의 사회적 유통을 향한 양관장의 열정은 끝이 없다. 양관장은 최근 전라북도, 18개 지역자활센터 및 (예비) 사회적 기업, SK사회공헌팀, 사회적 기업지원을 위한 전북연구센터와 함께 전라북도에 30명 고용규모의 70개 순환영농-로컬푸드 사회적 기업을 만들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남원자활(남원지역자활센터와 사회적 기업 새벽영농조합법인)의 순환영농사업을 모델로 하여, 이것을 14개 기초자치단체에 확대하려는 구상이다. 즉 지금까지 남원 새벽영농의 자료에 의하면 ‘하루 2톤의 남은 음식물을 수거하여 돼지를 사육하고 퇴비를 생산하여 유기재배를 하고 로컬푸드(식당,매장, 식자재 납품)로 처리’하는데 30명의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14개 기초지자체의 하루 평균 남은 음식물양을 10톤으로 상정할 경우, 30명/2톤 × 5개소(10톤)× 14 =2100명. 이는 순환영농 30명 단위 자활 또는 사회적 기업 70개의 설립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 구상이 더욱 의미 있는 것은 농촌에 광범하게 존재하는 농업채무로 인한 신용상실자를 우선 발굴해서 참여시키겠다는 점이다.  농업채무 신용상실자의 대부분은 강한 자활의지와 노동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들은 사업의 성공과 신용회복의 가능성이 보이면 열심히 참여할 것이라는 것이다. 이 구상은 지역 내 유기자원 선순환 경제조직이 ‘로컬푸드 - 재래시장 부흥 - 지역금융회복’ 등으로 전북 도내 실물경제에 긍정적 효과를 미칠 것을 기대한다. 이 구상은 현재로서는 말 그대로 구상 수준이고 어디까지 성공할 수 있을지는 두고 보아야 하겠지만, 의미 있는 시도임에 틀림없다.



 

양기운 관장과 그 사람들


   남원자활은 양 기운 관장을 빼고는 설명할 수 없다. 양관장은 2000년 7월 남원자활후견기관의 설립시부터 지금까지 남원자활을 이끌고 있다. 양기운은 1955년 남원시 금지면에서 태어나 남원에서 초등학교,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는 전주에 마친 후, 1974년에 서울대학교 사범대학에 입학하였다. 대학에서 사회문제에 눈을 뜬 그는 1977년  11월 학내시위로 제적 ․ 구속되어 약 2년간 복역하고 1979년 제헌절 특사로 로 석방되어, 1980년 복학하여 그 해 10월에 졸업하였다. 졸업 후 그는 고향으로 돌아가기로 마음먹고 1981년 3월부터 남원상고 교사로 근무하였다. 원래 농업에 뜻을 두고 있던 양기운은 후배의 꾀임(?)에 빠져 1986년8월부터 전주에서 양액재배 하우스 농사를 시작하였다. 그러나 하우스가 태풍으로 날아가 김제로 하우스를 옮겼으나 이도 실패하였다. 88년 1월에 남원으로 돌아와 시설채소 농사를 시작하였다. 이 때부터 농사 이외에 사회문제에도 참여하기 시작하여 의료보험쟁취국민운동본부 일을 하였고 동시에 남원농민회 조직 사업을 하였다. 89년 1월 군농민회 창립되면서 기획실장으로 활동하였다. 90년 4월 자신이 살고 있던 지역에서 금지면 원예생산자회를 조직하여 딸기와 감자를 생산하였다. 1992년 과채류 유기농 재배를 혼자서 시작하였다. 94년부터 11 농가를 모아 금원영농조합법인을 조직하여 ‘새벽딸기’를 판매하였다. ‘새벽딸기’는 시장에서 큰 호응을 받아 95-96년에 재미를 보았으나, 97년에 논산의 인삼딸기에 밀려 망했다. 지금은 덕과농민회 3명이 ‘새벽딸기’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96년부터 딸기 후작으로 유기인증상추를 재배하여 환화유통에 판매하여 돈을 좀 벌었다. 97년 수지면으로 옮겨 5농가와 채소작목반을 결성하였는데, 지금 수지면은 대단위 상추단지로 발전하였다. 당시에도 농민들에게 유기농상추를 권고하였지만, 사람들은 양기운이 따라 하면 돈 못 번다고 하여 혼자 했다. 그럭저럭 유기농 농사로 돈도 좀 만지고 재미를 볼 무렵 친구인 남원살림교회 담임목사 문홍근이 남원자활후견기관의 일을 맡아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나는 애초부터 돈하고는 관계가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위(하느님)에서 시키는 데로 자활후견기관일을 하기로 하였다. 자기가 빌려서 하고 있던 채소 하우스는 자활에 넘겼다.

 

자활후견기관 일은 보람도 있지만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참여자들은 자활사업은 단순히 공공근로사업 정도의 복지사업으로 생각했지 자활사업의 참 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독재를 하듯이 사람들에게 자활을 지도하였다. 직원들도 근무조건이 역악하고 업무는 힘들어 이동이 심하였다. 현장 분위기를 장악하는가 했는데, 반란이 일어났다. 업무에 불만을 가지고 있던 직원이 양관장를 비리혐의로 부패방지위원회에 고발하였다. 전북도경과 검찰에서 조사를 받아 2003년 10월 건축법 위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되어 2004년 3월 1심에서 선고유예를 받고, 2004년 6월 검찰의 항소가 기각되어 사건이 종료되었다. 이 사건을 통해 양관장은 지역사회를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고, 자활사업을 이권사업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도 알게 되었다. 양관장은 자활사업을 시작한 2001년부터 이 사건이 마무리된 2004년까지 사람을 이해하는데 보냈다고 한다. 이러한 시련을 양관장을 내공을 쌓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 기간에 부인은 심장병을 앓았고, 본인은 지역사회에서 따돌림 당하고, 최근에서 지역사회의 신뢰가 완전히 회복되었다고 하니, 그 아픔이 얼마나 컷을 것인가.

 

양관장은 자활사업은 경제사업이 아니라 사람 사업이라는 신념을 갖고 있다. 그는 자활사업을 통해 참여자들이 새로운 동업세계를 발견하고 관계를 형성하는 것을 보람을 느낀다. 그는 자활사업을 스스로 즐겁게 일하는 자발적 낙관적 삶의 확장 메카니즘이 작동할 수 있는 일터로 만들기 위해서 노력한다. 그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사람들이 어떻게 해결하는 가를 보면서 사람을 변화시키는 구체적 요인을 확인하고 실천한다. 양관장은 남원자활의 미래에 대해서 참여자들이 나눔, 희망, 연대를 함께 더불어 실천해가고 있기 때문에 전망이 밝다고 말한다. 양기운 관장은 혼자 일하지 않는다. 그의 주위에는 적은 보수에도 기꺼이 남을 위해 ‘초과노동’을 하는 일꾼들이 있다. 남원지역자활센터의 정규직 4명, 비정규직 4명, 자활근로 관리 4명 그리고 ‘새벽’의 정규직 10명이 양관장과 함께 일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의 든든한 동지는 영농조합법인 ‘새벽’과 새벽유토의 대표를 맡고 있는 장석원(46세)이다. 장대표는 서울대학교 농화학과를 졸업하고, 농산물 산지수집 유통사업을 하고 있었는데, 양관장과 뜻을 같이 하여 개인 사업을 접고, 남원 자활의 일을 함께 하고 있다. 참으로 고마운 사람이다.

박진도 충남대 교수 / 지역재단 상임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