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농촌을 살리는 민선5기 지방농정의 과제
6.2 지방선거, 국민의 심판과 요구
“역시 국민의 힘은 위대했다. 그 어느 누구도 브레이크를 걸지 못했던 이명박 정부의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에 단호하게 레드카드를 치켜들었으니 말이다. 지난 6월 2일의 투표혁명은 국민의 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 독선과 오만에 가차 없는 심판을 가함으로써 민주주의 원칙을 분명하게 재확인했다는 데 그 핵심적 의미가 있다.”(이준구 서울대 교수, 「4대강사업, 명예롭게 나갈 출구 찾아야 한다」, 2010.6.9, http://jkl123.com)
지난 6.2 지방선거는 국민의 ‘투표혁명’이다. 국민은 야권의 선거연합을 통해 여권의 참패를 낳았다.(선거 결과 여:야의 단체장 및 지방의원 점유 분포는 광역단체장 6:10, 기초단체장 82:146, 광역의원 288:473, 기초의원 1,274:1,641) 국민은 소통 없는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에 대해 투표혁명을 통해 집권여당에 경종을 울리며, 정부의 뼈저린 반성과 정책 전환을 요구했다.
민심은 행정중심복합도시 원안 추진을 통한 획기적인 지역균형발전정책 추진과 4대강 사업의 전면 재편(중단 및 지천 살리기 등 본래의 강 살리기 사업 추진), 아이들의 건강과 도농공생 및 지역경제 순환을 실현하는 친환경 우리농산물 의무급식 실시 등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민심은 서민과 지역을 살리는 정책, 국민 건강지킴이인 농업・농민・농촌을 살리는 정책, 일방향의 밀어붙이기 통치가 아닌 쌍방향으로 소통하고 국민을 섬기는 국민과의 협치(協治)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국민은 지금 당장 불도저와 포클레인을 멈추어 ‘사람과 지역을 살리는 민생정치’를 요구하고, 여권이 ‘횡재’로 활용하려다 ‘악재’로 자초한 천안함 북풍몰이와 같은 전쟁 위기 조장 정책이 아니라 평화 정착의 화해협력 정책을 요구하며, ‘강부자’ 경제와 부자감세의 사회경제적 양극화 정책이 아니라 보편적 복지와 더불어사는 사회경제정책을 요구하고 있다.
진정한 지방자치는 이제부터 시작
이번 선거는 여러 측면에서 우리 정치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으며, 이에 진정한 지방자치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점을 예고하였다. 첫째, 지역주의의 균열이다. 인천, 경남, 강원, 충청권에서 여권의 참패는 우리 정치의 질곡이었던 지역주의가 더 이상 보수진영의 안전판으로서 국민을 볼모로 잡지 못할 것임을 예고한다. 둘째, 정권에 대한 중간 심판이면서도 복지, 교육, 보건의료 등 생활상의 구체적 일상적 의제가 정치 전면에 부상하는 생활정치, 정책선거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셋째, 야권연대에 의한 당선 후 공동지방정부 구성 협약과 구체적 추진 등 다양한 주민 이해와 세력들의 융합을 도모하는 연합정치의 추진을 견인했다. 이로써 진보주의 진영의 진보적 의제 및 인적자원과 자유주의개혁 진영의 행정경험 및 리더십이 양 진영의 상호 조금씩 ‘우클릭・좌클릭’을 통해 융화동진(融和同進)함으로써 혁신지자체 모델 만들기에 대한 실천적 전망을 갖게 해주었다. 넷째, 이번만큼 인수위와 향후 공동지방정부의 연합정치 시스템에 관한 관심이 높았던 적이 없는데, 지역 내 정당, 행정, 시민사회단체, 전문가집단 등의 광범한 민관협치 체계(지역 거버넌스, local governance) 형성과 실질적 의결기구화라는 ‘주민참여형 지방자치 활성화’가 기대되는 점이다.
야권연대에 의한 공동지방정부 구성을 통한 연합정치 실험은 오는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개혁진보진영의 전면적 연대를 좌우할 가늠자가 될 수 있다. 연합정치 실험을 통한 혁신지자체 만들기는 아래로부터의 생활정치・생활자치 구현을 통해 앞으로 ‘더 많은 민주주의, 더 참여하고 더 직접적인 민주주의’의 거점으로 역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야권 공동지방정부 출범을 공식 선언한 광역단체는 경남과 인천, 강원 등 3곳이며, 충남의 경우 별도 협약은 없었지만 새 지사가 공동지방정부 운영의지를 갖고 있다. 기초단체의 경우 서울 8곳, 경기와 인천 등 수도권 26곳에서 공동지방정부 구성 협약이 체결되어 향후 추진과정이 주목받고 있다. 이들 자치단체는 무상급식, 4대강 저지, 일자리, 복지 등 주요 정책을 공조 추진할 계획이며, 특히 정무직과 산하 단체장 등의 인선에서 연합정치 구상이 반영될 전망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를 통해 나타난 국민의 요구와 기대가 지방행정체제 내에서 얼마나 효과적이며 실질적으로 추진될 것인가에 대해선 한계 지적도 있다. 민선5기를 맞는 지방자치의 현주소는 어떤가. 지역 내 관-민 분권은 물론 여전히 중앙과 지방 간 관-관 분권이 지지부진하며, 오히려 풀뿌리 보수주의의 득세, 즉 자본과 지역토호 등 기득권세력의 개발・부패동맹의 ‘지방자치’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으로 제왕적 단체장의 견제 받지 않는 권력과 이를 견제 감시할 지방의원의 권한 미약・함량 미달 및 이권 파트너십화도 문제이다. 이에 중앙정부로부터 지방정부로 권한과 재원이 더 이양되는 관-관 분권 촉진은 물론, 지역 내에서 제왕적 단체장의 권한을 견제 감시할 지방의원 권한 확충과 자질 개선, 특히 주민들의 참여자치를 활성화할 관-민 분권과 참여자치 활성화도 핵심과제이다. 지역 내 관-민 분권과 주민 참여자치 활성화를 위해서는, 행정의 일방향 통치가 아니라 주민과의 쌍방향 협치를 가능하게 하는 주민참여예산제의 실질적 추진, 그리고 각종 위원회를 통한 정책 입안-심의-평가 과정의 주민참여형 시스템 구축이 핵심과제이다.
그런데, 공동지방정부가 교육, 복지, 보건의료, 일자리 창출과 ‘사회적 경제’ 활성화 정책들을 펴나가는데 있어 걸림돌 중 하나가 재원 문제이다. 2009년 전국 시・군・구의 평균 재정자립도는 각각 40.7%, 17.8%, 37.3%에 불과한데, 농촌지역이 대부분인 군 단위의 경우 대부분 중앙정부 지방교부세와 광역자치단체의 조정교부금에 의존하고 있다. 더욱 문제는 이마저 MB정부의 종합부동산세 완화 등 이른바 부자감세 등으로 2011년부터 지자체 재원은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아울러 예산의 대부분이 행정운영경비 등 경직성 비용과 토목건설 예산 인데다 실제 단체장이 쓸 수 있는 예산은 전체 예산의 10%도 채 되지 않으며, 복지 가용재원은 전체 기초자치단체 예산의 5% 미만인 점도 큰 장애물이다. 따라서 전국단위에서 부자감세 등 ‘강부자’ 정책의 전환과 4대강 사업 예산의 대폭 전용을 견인하는 투쟁도 중요하지만, 지자체에서도 전국 228개 기초자치단체에서 도로 및 시설물 등 지역개발 예산이 평균 35%를 차지한다는 분석에서 보듯이 불필요한 토목건설 및 전시성 예산의 감축 전용, 있는 가용재원의 섬세한 우선순위 조정 등이 핵심과제가 되고 있다.
농촌지역 지방농정의 과제
남북 긴장 격화, 민주주의의 후퇴, 사회경제적 양극화 확대 등 그동안 MB정부의 역주행에 대한 국민의 심판은, 천안함 사건을 이용한 북풍몰이를 딛고, 4대강 저지, 무상급식, 지역균형발전 등 민생정치 의제를 지지하는 투표혁명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국민의 선택은 농촌지역에서 농민운동단체 출신 후보들의 약진과 함께 상당수 지역에서 야권연대에 의한 현 여권 심판으로도 나타났다. 농정의 주요 현안의제들이 중앙정부에 좌우되고 있는 게 현실이지만, 그 한계 내에서도 지역농업 발전과 농민 권익실현에 대한 지자체의 역할 또한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MB정부의 신자유주의 개방농정과 농업해체・농민분해・농촌 공동화(空洞化) 정책에 대항하고 그 대안진지를 구축하는 ‘농민적 지방농정의 새로운 전개’가 시급하다. 이는 당면한 지역농민의 생존권 보장과 지역농업 발전은 물론, 오는 2012년 총선과 대선을 통해 지속가능한 농업・농민 보호육성 정권의 창출을 견인하는 핵심과제라 하겠다.
이러한 새로운 농민적 지방농정의 추진을 위한 공동지방정부의 연합정치 실험과 개혁진보진영의 과제는 다음 몇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지방농정추진체계의 새로운 정비이다. 현재 형식적 자문기구로 유명무실한 지방농정심의회를 대체하는 농민참여형 지역 거버넌스(농정에 있어 민관협치 체계)의 제도화이다. 타 부문도 마찬가지겠지만, 지역농정의 경우 특히 정책의 실제 수요자이자 주체인 농민이 농업인단체를 통해 정책 입안단계에서부터 추진과정과 평가단계에 이르기까지 상시 참여하여 자신들의 이해와 요구를 반영하는 지방농정의 협치 체계가 중요하다. 이 협치체계야말로 야권연대의 연합정치를 담보하는 장치이자 ‘단체자치와 수레의 양 바퀴를 구성하는 주민자치’의 실질화를 통한 진정한 지방자치 구현 방안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농민참여형 지역 거버넌스의 제도화는 주민참여예산제와 연동하면 바로 시행 가능한 지방정부의 행정추진체계 개혁과제라 하겠다. 그래서 당해연도 초에 익년도 지방농정 예산 및 정책을 입안할 때부터 지역 농업인단체들이 숙고 합의하여 익년도 및 중장기 지역농정 발전계획에 관한 정책대안을 모아내고 이를 행정 및 의회에서 협의 의결해가는 과정을 밟도록 하는 노력은 야권연대로 출범한 지방정부나 개혁진보 진영 출신 의원들의 핵심과제이다.
둘째, 농촌권과 도시권 지자체 간 로컬푸드 네트워크 구축이다. 이번 선거에서 농촌지역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주요 도시권 자치단체장(및 교육감) 당선자들의 핵심 공약 중 하나가 친환경 무상급식 전면 실시이다. 보수진영은 말할 것도 없고 개혁진보진영 내에서도 그 구체적 추진에 대해서는 생산기반 및 물류체계의 안정적 구축에 대한 이견이 분분하다. 그러나 이 의제는 예산 문제는 결코 아니며, 그 추진 방안의 세밀한 실천에 관한 정책의지와 정책설계의 문제이다. 이미 많지는 않지만 일부 자치단체에서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있으며 급식지원센터의 모델도 실천되고 있다. 이에 주요 도시권과 농촌권 자치단체 간 (학교급식을 포함한) 공동 네트워크 구축을 추진하여 안정적 수급에 관한 재원, 기구, 방식 등에 관한 모델 창출에 나서 그 추진모델의 전국적 공유와 개선・발전에 협력해야 할 것이다.
셋째, 중앙정부 정책과 별도로 지역 나름으로 농민의 경영 안정과 소득보장 및 생활 개선, 그리고 지역농업 발전에 관한 다양한 정책 및 제도 개발이다. 중앙정부와 별도로 지역에서도 재해나 가격파동에 대비한 다양한 생산안정기금 조성, (오은미 전북도의원(재선)이 발의통과시킨 ‘전북 농업인 소득안정을 위한 농업소득보전 지원조례’와 같이)지역 농민의 경영 및 소득 안정을 위한 지자체 나름의 다양한 직불금 제도 개발, (최근 지자체별로 일부 추진되고 있는)귀촌・귀농인들의 유입 촉진과 안정적 정착을 돕는 종합지원체계 구축, 지역 농업・농촌의 6차산업화 집중육성(학교급식을 포함한 공공급식 및 지역 내 직장급식까지 포괄하는 급식지원시스템 총괄 구축, 소규모 농가공산업 육성, 농민장터 등 농민직매소 활성화, 도농교류 지역 만들기, 지역 내 및 인근 도시와의 로컬푸드 운동 활성화 등) 등이 당면한 지방농정의 새로운 전개에 있어 핵심과제들이라고 하겠다.
넷째, 다양한 사회서비스 제공, 지역경제활동 다각화, 지역 생태환경 보전관리 등을 담당하는 ‘사회적 경제’ 활성화 과제이다. 이번 선거는 무상급식 의제화에서 보듯이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선별복지에 대항하는 보편적 복지의 의제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중앙정부의 정책 전환을 압박하고 지역 나름의 대책을 위해서도 지방정부 차원에서 토목건설 및 전시성 예산을 절감하여 보편적 복지를 증진하는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노령농민, 여성농민, 이주여성농민, 귀농 농민 등을 위한 공동체형 보건복지 서비스, 마을공동급식체계, 농업생산 및 농가공 협동조직, 지역 내 도농교류 활성화기구, 다양한 도농직거래 조직, 생태환경 및 경관 보전관리 활동 등을 담당하는 다양한 사회적기업과 커뮤니티 비즈니스를 활성화해야 한다.
다섯째, 농촌지역 농민운동가 출신 의원들 간 지방농정혁신네트워크의 구축이다. 각 지역의 생산 여건에 따라 내용상 다소 차이가 있겠으나 지역농업 발전과 농촌 생활여건 개선에 관한 기본과제들은 대동소이하다. 이에 지역농업 발전과 농민참여형 농정 발전을 위해 정책연구 및 정책생산, 조례 개발과 행정 견제 및 감시 역량 강화 등에 관한 공동연구・공동생산을 도모하는 혁신네트워크 구축이 중요하다.
(*이 글은 가톨릭농민회의 ‘농민의 소리’ 2010년 7・8월호에 실린 것입니다.)
/ 허헌중 지역재단 기획이사(conan301@krdf.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