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회 일본연수 방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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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이경태 농협연구교육센터 연구원/정명회 총무


농협조합장 정명회는 농협개혁을 위해 고민하고 실천하는 조합장들의 모임으로 사무국 역할은 지역재단 농협연구교육센터가 담당하고 있다. 정명회는 정기적인 모임을 통해 농협개혁과 관련된 다양한 주제로 토론과 학습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번 연수는 일본의 농업 및 관련 조직들의 활동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이를 통해 지역농협의 현실에 적용할 부분을 진지하게 모색해보겠다는 취지로 야심 있게 기획한 일정이다. 정명회 소속 8개의 지역농협이 연수에 참여해 농협개혁에 대한 단합력을 고취시킬 수 있도록 하고 상호간의 활발한 토론이 이루어질 수 있게 하였으며, 특히 조합장 뿐 아니라 조합운영의 주체 가운데 하나인 직원들까지 적극 참여하도록 하여 각 조합 차원에서 효율적이고 입체적인 연수가 될 수 있도록 기획했다. 자문역할로 현의송 (전)농협중앙회 신용대표이사와 박진도 지역재단 이사장이 동행했다.

 - 기간 : 8월 23일~26일(3박4일)

- 참여자 : 정명회 소속 8개 지역농협 조합장 및 임직원 30명(완주 고산농협, 거제 신현농협, 화순 능주농협, 익산 금마농협, 정읍 샘골농협, 진안 부귀농협, 전남 서진도농협, 청송 현서농협)

- 방문지 : 일본 규슈지역 일대(베벵코 농가레스토랑, 오오야마 농협, 타케타 농박, 토마토 가공 메구미회, 오오토우 사쿠라카이도 미치노에키, 시라이토 농원, JA 이토사이사이 직매장)


오오야마농협(http://www.oyama-nk.com) - 상편


정명회 연수단은 두 번째 방문일정으로 2일째 오전에 오오야마농협을 찾았다. 가장 먼저 6차산업을 선도한 것으로 유명하기도 하고, 농협혁신에 대한 고민을 가진 우리 연수단에도 부합하는 방문지라 모두 많은 기대를 안고 있었다. 특히, 이번 방문은 보다 특별하게 준비되었다. 4년의 농협중앙회 현지 사무소 활동으로 일본의 농업현장과 두터운 신뢰관계를 쌓아온 현의송 전 농협중앙회 신용대표이사의 소개로 오오야마 농협 조합장이 직접 조합 브리핑을 하고 오찬까지 함께 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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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야마 정은 산촌지역으로 오이타현(大分縣) 서부 히타시의 중앙부에 위치하고 있다>



가난한 산촌에서 시작한 강력한 농업개혁

방문지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는 간단한 사전 학습이 이루어졌다. 오오야마 농협이 위치한 오오야마(大山)정(町)은 해발 100~500m의 산촌지역으로 현재 966가구, 인구 2900명 정도가 거주하고 있는 작은 마을이다. 그 가운데 농가는 575가구이다. 언뜻 생각해도 참 먹고 살기 힘든 조건이다. 일본의 국민백서에 의하면 1959년의 오오야마 주민 거의 대부분은 신체적 위기를 느낄 만큼 매우 가난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변변한 자원도 없고, 온천도 없고, 경관도 좋은 곳이 없고, 철도나 고속도로도 통하지 않고, 유적이나 민요류도 없는, 그야말로 아무 것도 없다는 점에서는 오오이타현 일등”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라니... 이런 상황에서 당시 농협조합장과 정장을 겸하고 있었던 야하타 하루미는 강력한 농업개혁운동을 추진한다. 이른바 ‘NPC 운동’으로 1961년부터 1,2,3차 걸쳐 이루어졌다. 그 결과 가난한 산간지역에서 이루었다고는 믿기 어려운 많은 성과가 만들어 졌다. 성과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뒷부분에 열거하겠다. 자료와 자문위원들의 해설을 통해 이와 같은 내용을 접한 필자는 ‘그런 눈부신 성과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내 상식으로는 설명이 안되는 일들인데’ 라는 생각이 들면서 상상너머에 있는 실체를 보고 싶은 마음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건물 곳곳에도 스며있는 조합의 이념과 정신 

벳부에 있는 첫날 숙소에서 오오야마 농협까지, 연수단의 45인승 전세버스는 구불구불한 왕복2차선 도로를 아슬아슬하게 헤치며 나아갔다. 그만큼 오오야마는 상당히 산골지역 위치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마치 강원도 깊은 산 속에 들어와 있다는 생각이 들 때 쯤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안내가 들려왔다. 연수단은 조합운영 브리핑 시간에 앞서 오오야마 농협 본소에 들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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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야마 농협 본관>

(출처 : 농정신문)


 주자창에 내리자 바로 앞 자재창고 위에 있는 현수막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함께 일하고 배우고 사랑하자, 여기는 동지들이 모인 곳이다.” 새마을 운동을 연상시키는 것 같기도 하고, 건조하고 사무적인 느낌이 강한 직장보다는 정치적 목적이 강한 운동집단 내지는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애정과 의리로 뭉친 공동체에서나 사용할법한 말투라는 느낌이 들어서 낯 간지럽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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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소 주차장에 내리자마자 보이는 현수막 “함께 일하고 배우고 사랑하자, 여기는 동지들이 모인 곳이다.”>


본관 건물로 들어서자 로비 한쪽 면을 차지하고 있는 동판이 보였다. 동판에는 초대 조합장 야하다 하루미의 서명과 함께 오오야마농협이 추구하는 기본정신을 나타내는 ‘종자를 뿌리고 꿈을 추구한다.’ 는 큼지막한 글귀와 관련설명들이 새겨져 있다. 오오야마 조합이 풍기는 무게감 때문인지, 여느 농협에 적혀있는 구호들을 볼 때와 달리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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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관 로비 동판에는 오오야마 농협이 추구하는 정신과 이념이 새겨져 있다.>


 사무실 내부의 책상배치는 현의송 전 대표의 설명처럼 특이했다. 그리 크지 않은 긴 직사각형 모양의 사무실에 업무용 책상들이 벽이나 칸막이 없이 촘촘하게 붙어 있었고 그 사이에 약간의 간격만 두고 조합장의 책상이 함께 어우러져 있다. 직원들 사무실과 따로 떨어져 접대용 편한 의자들로 채워진 조합장실을 사용하는 우리 지역농협들의 사무실 내부구조와 크게 다른 것이다. 조합장과 직원들 간 거리감이 적고 상시적인 소통이 가능한 구조로 보였다. 또한 조합장 책상이 위치한 곳은 경제사업 직원들의 한 가운데였다. 사무실의 한쪽 끝으로 가자 신용업무를 취급하는 창구들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사무실 내부배치에도 경제사업을 중시하는 조합의 관점이 엿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벽 쪽에 표시된 예금 이자율이 거의 0%에 가까운 수치를 나타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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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관 내부 사무실 모습, 넓지 않은 공간에 효율적인 책상 배치를 하려고 노력한 듯 보인다>


본소 건물 출구로 나오자마자 바로 맞은 편에는 크지 않는 농협마트가 자리하고 있었다. 상품구성이 특이해 보이지는 않았지만 자체 생산한 농산물과 소포장의 가공품들을 볼 수 있었다. 본관 옆 건물에 농자재와 다양한 종자들을 진열해 놓은 창고가 있었다. 연수 참가자들은 한국과는 다른 농기구, 농기계 부품들 꼼꼼하게 살펴보며 교육열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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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관 옆 자재창고를 보며, 학습열을 올리고 있는 정명회 연수단 참가자들>

(출처 : 농정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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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재창고 앞에서 발견한 출하물, 밤송이를 그대로 판매하는 모습이 특이하다.>

(출처 : 농정신문)



오오야마 농협의 현황과 실적

간단한 본소 견학을 마친 후 차로 몇분 정도 떨어진 “고노하나 가르텐”에 도착했다. 고노하나 가르텐은 오오야마 농협의 종합 직판장으로 농산물직매장, 유기농식당, 찻집, 도예공방, 빵집, 우메보시 저장실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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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야마 농협 종합 직판장인 ‘고노하나 가르텐’, 국도변이라 접근이 용이하다.>


이 곳에서는 현 조합장인 야하타 세이고우의 조합 소개를 듣고 이후에 유기농식당에서 함께 오찬을 하기로 했다. 지하에 있는 우메보시 저장실 한켠에 방문객을 위한 자리가 마련되어 있었다. 야하타 세이고우 조합장은 준비된 자료를 보여주며 차분한 말투로 40여분 가까이 설명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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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노하나 가르텐 지하실에 있는 우메보시 저장실 한켠에서 야하타 세이고우 조합장의 브리핑이 진행되었다.>


오오야마 농협의 전체 조합원은 848명이며, 이 가운데 정조합원 572명, 준조합원 276명이다. 상당히 작은 규모의 농협이라고 할 수 있다. 놀라운 점은 정조합원이 600명도 채 안되는 조합의 임직원이 무려 300명이라는 것이다. 직원 1인당 조합원수가 2명도 되지 않는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일을 벌이기에 이렇게도 많은 직원이 필요하단 말인가. 작은 농협이 만들어낸 실적은 놀랄만한 수준이다. 2016년 기준 전체매출은 49.1억엔(약 515억원)으로 이 가운데 농가식당 매출이 15.8억엔(160억원), 농산물 판매액이 19억엔(약 200억원), 농산가공품이 7.6억엔(약 8억원), 버섯산업 3.6억엔(약 38억원)을 차지하고 있다. 농가당 약 7500여 만원의 매출을 올리는 셈이라는 조합장의 설명이 뒤따랐다.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2015년말 기준 우리나라 농축협 유형의 지역농협 평균 조합원수가 1,905명, 평균 경제사업매출이 278억원인 것과 비교할 때 조합원 1인당 경제사업 매출이 우리나라 지역농협(농축협 유형)에 비해 3배이상 수준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조합장에 따르면, 일본 일반농협의 경제사업량은 떨어지고 있지만 오오야마 농협은 반대로 오르고 있다고 한다. 더욱이 가공과 판매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기 때문에 1차 생산물이 주가 되는 농협들에 비해 놀라운 부가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다. 조합원들이 구입하는 생산자재 판매액, 즉 자재비가 매출액의 50분의 1일인 9천만엔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농협과 조합원들이 얼마나 높은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는지 알 수 있다. 그에 따른 결과로, 오오야마 농협의 저축액은 61억엔(약 640억원)에 예대비율은 8%에 불과하며, 공제사업은 347억엔(약 3,643억원)에 이르러 현 내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일반농협의 자기자본 비율이 10~12%인 것에 비해 오오야마는 31.8%에 이르고 있으며 7년 후에는 40%를 달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오오야마 농협 밟아간 3단계의 소망

오오야마 정은 경지면적이 1가구 당 0.4ha(약 1200평)정도로 적고 입지조건이 열악하며, 천연자원도 풍부하지 않은 산촌마을이다. 하지만 오오야마 농협은 이러한 환경에 굴하지 않고 지속적인 혁신작업을 진행한 결과 현재와 같은 성과를 만들었다. 1,2,3차에 걸친 NPC 운동이 그것인데, 한마디로 지역현실에 맞는 농업개혁전략을 세우고 농협 임직원을 비롯한 조합원들이 하나로 뭉쳐 꿈과 소망을 현실로 만들어낸 과정이었다.

- 첫 단계, 소득향상에 대한 소망

지금으로부터 56년 전 가난한 산촌마을인 오오야마에서 우선 필요한 것은 소득향상이었다. 때문에 1961년에 시작한 1차 NPC(New Plum Chestnuts)운동에서는 ‘매실과 밤을 심어 농가경제 살리기’를 시도했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당시, 일본 전반적인 농업정책은 미작 중심이었기 때문에 이를 버리고 작목을 완전하게 전환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오오야마 농협은 경지면적이 좁은 산촌에서 많은 노동력 투입에 비해 소득이 적은 쌀에만 집중하는 것은 ‘낡은 사고’라고 판단하고 작은 마을이지만 큰 실험을 했다. 치밀한 시장조사와 연구를 바탕으로 선택한 매실과 밤 재배에 보수적인 사고를 하던 농가들이 동참할 수 있도록 갖은 노력을 기울였으며, ‘밤과 매실 심어 하와이 가자’는 운동을 불러 일으켰다. 그리고 몇 해 지나지 않아 산촌의 농민 16명이 하와이에 최초로 깃발을 꽂기 시작했으며, 현재는 오오야마 정 주민의 70%가 여권을 가지고 있을 정도가 되었다. 사실, 여기까지만 들어도 놀랍다. 능력있는 일부 선진 농업인의 이야기가 아니라, 농협이 주체가 되어 지역의 농업 전략을 새롭게 수립하고 조합원들을 설득해가며 함께 지역을 변화시킴으로써 열악한 산촌에서 ‘하와이 가자’ 라는 구호를 현실로 만들었다. 농사를 짓지도 않는 필자지만 우리 농촌을 떠올리며 마음이 아팠다. 농업소득이 1천만에도 미치지 못하고, 20년전으로 돌아간 쌀값을 어떻게 할꺼냐며 씨름하고 있는 우리 농촌의 현실이 떠올라서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경험이 일천한 필자의 겉핥기식 생각으로 괜한 감정의 동요가 거품을 만들지 않을까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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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야마 1차 NPC 운동을 시작된 매실나무 과수원>


- 두 번째 단계, 인재양성을 향한 소망

 오오야마 농협과 조합원들의 소망은 단지 소득증대에만 있지 않았다. 2차 NPC(Neo personality Combination, 1965년~ ) 운동에서는 인재양성 운동을 벌였다. 안정적인 소득의 차원을 넘어 ‘배우고자 하는 소망’을 이루기 위한 것이다. 좋은 습관을 들이기 위해서 마을가꾸기 환담의 장, 마을 가꾸기 의식 고양, 강연회, 농업의 반성과 검토의 장, 지침 만들기의 장, 반성의 날을 가지고, 다양한 기념일을 지정해 행사를 개최했다. 어두운 이미지의 농촌에 활력을 불어 넣고 청년들에게는 꿈과 희망을 심어주기 위한 행사를 만들었다. 또한 해외와 국내체험학습에 적극 나서 생생한 교육의 기회를 만들고 확대했다. 미디어를 적극 활용해 농협 기관지 발행이나 영화 촬영 등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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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카토리 지구 취락 좌담회>


- 세 번째 단계, 행복과 사랑에 대한 소망

오오야마 지역은 인재양성 운동 이후 다음 단계로 “살기 좋은 환경 만들기 운동”을 위한 3차 NPC(New Paradise Community, 1969년~ ) 운동을 벌인다. 오오야마를 낙원으로 만들겠다는 원대한 목표를 세운 것인데, 오오야마에 사는 사람들이 보다 즐겁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생명체를 배려하는 것, 즉 "사랑에 대한 소망"을 위한 것이다. 적정 인구수에 따른 활동범위를 기준으로 생활권을 나누고 지역문화단지와 연합문화집적단지를 만들었다. 지역문화단지에서는 축제와 스포츠 활성화를 추구하고 라이프센터(음료, 식료품, 일용품 구매)를 두었으며, 이보다 넓은 범위를 포괄하는 연합문화단지에는 강연회, 이벤트 시설마련과 의료기관, 주유소 등을 두었다. 이로서 주민의 건강과 복지 향상을 꾀했다. 자체 건강보험제도 창설과 CATV 방송 개국(1987년)도 이루어 졌다.



소망을 현실로 만드는 원동력

솔직히 오오야마 지역이 2차, 3차운동에서 진행한 일들을 우리 현실과 빗대어 보는 것 자체가 그리 의미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쉽게 상상이 안되기 때문에... 다만, 농촌을 살기 좋게 만드는데 있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참고할 수 있고, 소망을 현실로 만드는 원동력이 무엇인지 찾아볼만 하다는 것이다.

경작면적이 적은 산촌지역에서 오오야마 농협이 찾은 생존전략은 크게 다음과 같은 다섯가지다. 첫째 소량생산, 둘째 다품목재배, 셋째 고부가가치 생산물 판매, 넷째 수익률이 높은 농업 시스템, 다섯째 생산, 가공, 유통, 판매의 6차 산업화이다. 이러한 농업발전 전략은 농민들을 고된 노동으로 벗어나도록 만들고자 하는 목표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이를 통해 오오야마 농협은 주3일 8시간만 일해도 되는 쾌적한 노동조건을 만들었다. 그런데 주중에 4일이나 쉬는 것은 농가로서 받아들이기 어려워한다고 한다. 그래서 주3일을 일하기 보다는 하루 노동시간을 반으로 줄이는 방식으로 그 취지를 살리고 있다. 줄어든 노동만큼 농사일 이외 시간에는 풍요로운 문화적 생활을 누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조합장에 따르면 사실 농가에서는 잘 쉬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에 설득이 필요했다고 한다. 자식세대까지 농업을 이어가도록 하려면 그래야 한다고 말이다. 맞는 말이다. 평생 고된 노동의 굴레를 짊어져야 한다면 누가 그일을 이어가려 하겠는가. 

오오야마 농협에 대한 설명과 질의응답이 오고 가다보니 순식간에 1시간이 넘어 갔다. 연수 참가자들은 저마다 궁금을 해결하기 위해 열심히 손을 들며 열을 올렸지만, 조합장과 함께 하는 오찬 시간에 좋은 대화를 나누자고 하면서 청중들을 진정시켰다. 고노하나가르텐에는 있는 유기농 뷔폐식당에 오찬이 준비되어 있었다. 농가주부들이 직접 요리한 다양한 음식에 어머니의 손맛과 정성이 가득 담겨 있을 것이라는 상상을 하며 지역 전통술인 보리소주도 곁들여 가면서 즐거운 식사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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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가 레스토랑 음식은 농가주부들이 직접 만든다. 뷔페식이지만 연수단을 위해 미리 차려진 상이 나왔다.>


오찬 자리에서는 서로에 대한 환영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건배사가 계속해서 오고 갔으며, 농협의 발전을 위해 고민하는 사람들로서 동지애를 뜨겁게 나누었다. 더 활발한 교류의 약속들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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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발전을 위해 애쓰자며 서로간의 격려를 다지는 야하타 세이고우 조합장과 지역재단 박진도 이사장>


살기 좋은 농촌, 지속가능한 농촌을 만드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오오야마 농협에서 찾은 답은 조합장의 말에 들어 있었다. 오오야마 농협 본소에서 본 낯 간지러운 글귀들은 조합장의 말로도 이어졌다. “농협을 위해서 농가가 있는 게 아니라 농가를 위해서 농협이 있다는 기본정신을 절대 잊어선 안 된다”, “농협이 아닌 조합원의 이익을 위해 일해야 하기 때문에 외부에서 수익을 발생시켜 조합원과 나눌 생각을 가져야 한다.”, “젊은이가 남는 농업·농촌을 위해 이념은 계승하고 스스로 꿈과 희망을 만들어 도전해야 한다”, “농협 임직원의 급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농촌발전의 사명감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농협의 임직원은 농촌과 농민을 윤택하게 만들어 그 문화가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6차산업인가 아닌가는 중요하지 않다. 조합원들을 위해 고민하면 길이 보인다” 등의 말이다. 간단하게 이해해보면 ‘어려운 사람들끼리 서로 진심으로 사랑하고 협동하자’는 말이 아닐까. 마치 그것만 하면 다 된다는 주문을 반복하고 있는 듯하다.


협동의 힘은 어디까지 인가

농협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것은 정교하고 체계적이면서도 종합적인 전략, 끊임없는 연구, 지속적인 노력 등이 모두 필요하다. 그렇게 하고 있는 오오야마 농협의 전략들을 가져와 사용하면 잘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각기 다른 조합의 실정에 맞추기도 쉽지 않을뿐더러, 중요한 점은 오오야마 농협에서 열심히 배워도 가져오기 어려운 것이 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자립에 대한 의지, 자기 지역, 함께 하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과 사명감이라는 생각이 든다. 1차 NPC운동을 통해 소득증대를 이룬 것만으로도 어디에나 자랑할만한 일인데, 오오야마 농협은 이에 그치지 않고, 2,3차에 걸친 운동을 통해 함께 살고 있는 사람들을 진정으로 행복하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이상향을 위한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농협과 조합원, 또한 주민들은 더욱 단단히 뭉쳐 믿기 어려운 ‘비상식적인(?)’ 성과들을 만들어 가고 있다. '협동조합의 힘' 혹은 ‘협동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어디까지인가라고 하는 진면목을 본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오야마 농협이 진행하고 있는 다양한 사업들과 성과 그리고 전략들에 대해서는 오오야마 농협 방문기 하편을 통해 이어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