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워라, 황소걸음에 마음을 다하는 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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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용범 본부장을 만나기 위해 광의면우리밀
 영농조합법인(이하 ‘광의면우리밀’)을 방문
 했을 때에는 마침 전기공사로 한창이었다. 최
 본부장이 사무실로 안내하며 건조저장시설을
 건립하기 위한 전기공사 중이라고 설명하였다
 . 6월 초에 밀을 수확하는데 수매는 7월 15일
 정도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 사이에 생산자
 들이 적정수분을 유지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건조저장시설이 완공되면 ‘광의면우리밀’뿐
 만 아니라 지역 내에 있는 350여 밀 농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 본부장에게 토요일날 가족들과 함께 보
 낼 시간을 방해한 건 아닌지 미안해하자 원래 토요일도 근무한다며 손사래를 저었다. 최 본부장의 책상에 어지럽게 펼쳐져 있는 서류들이 그의 성실함을 대변해주었다.


인생의 자양분이 된 사업 실패의 경험

  30년 전 그는 농업과 상관없는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1977년도에 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서 곧바로 울산에 있는 대기업에서 설계일을 하였다. 이후 4년 동안 직장생활을 하며 모은 돈으로 고향인 전남 구례에서 낙농업을 시작했다.

  “젖소 80마리를 키웠었는데 IMF 외환위기 사태가 닥치면서 사업을 접어야 했지요.”

  1998년 낙농업에 실패한 최 본부장은 6년 동안 종업원으로 겸직했던 ‘광의면우리밀’의 중간관리자로 일하게 되었다. 3모작 인생을 시작한 것이다.

  “40대에는 허무맹랑한 목표를 좇으며 살았어요. 내 중심 없이 주위사람들에게 휩쓸려 감당하지도 못할 감투도 여러 개 썼지요. 사업하면서 농업학과, 물류경영학과 등 대학교를 두 번이나 다녔던 이유가 현장지식의 한계도 있었지만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내적으로 성장하고 싶어서였어요. 주위사람들과 어울려 시간을 규모 없이 쓰다 보니 가족들에게도 소홀해지고 내 일은 엉망이 되어있더군요. 사업에 실패하면서 비로소 느낀 점은 내가 감당할 수 있고 나의 도움이 꼭 필요한 곳에만 관여해야겠다는 것, 그리고 한 우물을 파면 반드시 성공한다는 깨달음이었지요.”

  이제 지천명(知天命)의 나이가 되신 거냐는 우스갯소리에 최 본부장이 껄껄 웃었다. 최 본부장이 황소걸음처럼 우직하게 ‘광의면우리밀’을 지켜온 세월이 벌써 십년을 훌쩍 넘었다. 결코 순탄하지만은 않았던 우리밀정책의 악조건 속에서도 지난날의 사업 실패경험은 그를 지금까지 지탱시켜준 자양분이 되고 있다.


구례우리밀에 피어나는 ‘희망’이라는 꽃 

  사무실 창 밖으로 바라본 푸른 밀밭은 잠시 
겨울을 잊게 할 정도로 생명력이 넘쳤다. 전001copy.jpg
국적으로 겨울철 재배작물은 보리가 대표적
이지만, 최근에는 보리 재배가 점차 위축되고
, 많은 농가에서 밀 재배로 돌아서고자 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오는 2017년부
터 보리 수매를 중단하기 위해 현재 보리 수
매가를 연간 4%씩 인하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밀은 지난해 세계적인 곡물가격 폭등
으로 인해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어요. 농림
수산식품부는 밀자급률을 현재 0.2%에서 십년
 내에 10%로 올린다는 계획을 발표했죠. 겨우
 종자만 남아 있던 우리밀에 드디어 희망이
보이기 시작한거죠.”

  구례지역은 최성호 대표가 1989년 우리밀 종자 12kg을 파종하면서 우리밀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1991년에는 광의면에 6만평의 우리밀을 파종하고 그 이듬해인 1992년 전국 최초로 우리밀가공공장을 준공하였다.

  “구례지역 주민들은 밀 생산으로 실제적인 농가소득을 올리게 되었어요. 농가당 1ha 정도의 밀을 재배할 경우 많게는 3백만 원 범위의 조수익을 올릴 수 있습니다. 시설재배 등 환금성이 높은 농작물 재배와 비교하면 큰 금액은 아니지만, 겨울철 노는 땅을 활용한 수입이라는 점에서 소중한 수확이라 할 수 있죠.”

  지역주민들은 밀재배로 벌어들인 수입 덕분에 벼농사 등 농번기 영농자금으로 유익하게 활용할 수 있다. 또한 2008년부터 우리밀이 경관보존직접지불제 대상으로 추가되어 내년부터는 1ha당 100만원이 지급된다. 일석이조의 혜택을 받는 셈이다.  

  2008년 기준 ‘광의명우리밀’의 매출액은 28억, 순이익은 2억여 원이다. ‘광의면우리밀’은 밀가루, 국수, 라면 등 단순가공만을 하고 있기 때문에 매출 총이익은 8% 정도이다. 게다가 지난해 유류비와 환율이 고공행진을 하면서 운송비, 포장비 등 생산비가 대폭 인상되어 웬만한 중소기업들도 휘청거린 상황을 감안하면 ‘광의면우리밀’의 손익계산서는 작은 성공을 거둔 셈이다. 부도 한번 나지 않고 지금까지 ‘광의면우리밀’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은 자기자본만으로 운영을 해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는 것이 최 본부장의 설명이다.


‘구례를 팔자’고 외치는 사람, 최용범

  최 본부장은 구례지역을 활성화하기 위해 ‘도농교류’에 온힘을 쓰고 있다. 현재 지역 내 젊은 지역리더 이십여 명을 조직하여 농촌관광연구회를 주도하고 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저는 ‘구례에 있는 모든 것을 팔자’고 외치고 다녀요. 그러면 주위사람들은 ‘구례가 네 거냐’고 핀잔 아닌 핀잔을 주죠. 하지만 제 생각은 달라요. 인구 2만8천 명밖에 되지 않는 작은 구례가 살 길은 이 길 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판다’는 것은 인간적인 신뢰가 전제되고 생산자와 소비자가 대등한 관계를 유지할 때 가능한 것이죠.”

  최 본부장이 생각하는 ‘도농교류’는 생산자와 소비자, 그 이상의 관계이다. 생산자가 서울에 볼일 있어 올라가면 소비자의 집에 잠시 머물 수 있고, 소비자가 쌀을 주문하면 콩이며, 호박이며 덤으로 보내주는, 친정엄마나 죽마고우 같은 관계 말이다. 그가 꿈꾸는 이러한 관계 형성을 통해 도시와 농촌 어느 한쪽이 눈앞의 이해를 좇아 단기적 만족을 누리고 잊어버리는 관계가 아니라 더불어 행복해지는 ‘도농상생’의 교류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해본다.

(*소식지 7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설지현  지역재단 홍보출판팀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