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옳고 더 아름다운 선택의 삶
임종래 청원군 문의면 괴곡리 이장

귀농 14년차, 지역으로 스며들다
충북 청원의 ‘돈키호테’. 임종래 님에게 잘 어울리는 말이다. 지역의 부조리한 일을 참지 못하고 입바른 소리를 하고 다니기 때문에 붙여진 별명이다. 그를 못마땅해 하는 사람들이 지어준 별명이지만, 자기 배 부르면 설령 옳지 못한 일일지라도 눈 감아버리는 이들이 가득한 요즘, 임종래 님은 작은 불씨 같은 희망지기이다.
문의면 괴곡리 이장, 문의면 해바라기축제 추진위원장, 한살림 둠벙공동체 대표, 대청호 환경시민연대 문의지부 사무처장, 대청호 수질위원, 한국농업경영인연합회 문의면 총무 등 그의 이름 앞에 붙는 수식은 셀 수 없이 많다. 마을일에, 농사일에, 축제 준비에 24시간이 모자란 그는, 사실 이 지역의 토박이는 아니다. 고향인 전북 김제에서 제조업유통을 5년 정도 하였다. 새벽에 집을 나서서 밤늦게 집에 돌아오는 날들이 2년 이상 반복되었다. 집까지 들어가는 발걸음이 힘들어서 집 앞에 차를 대고 차 안에서 쓰러지듯 자던 날도 많았다. 결국 건강에 위험신호가 나타나자 그는 귀농을 결행했다. 귀농을 한 곳은 대학 시절 민주화 운동을 하다가 도피처로 삼았던 충북 청원 괴곡리. 그의 누나들이 시집 와 살던 곳이었다.
그가 귀농하여 처음 시작한 것은 양돈이었지만 대청호 인근지역이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서 느타리 재배로 방향을 바꾸었다. 현재는 미나리 1800평, 감자 600평, 그리고 해바라기를 심기 위해 임대한 7ha 중 약 2.1ha에 밀을 재배하고 있다. 이외에도 산에 옻나무, 엄나무를 식재하고, 도시민들이 오면 수확체험을 할 수 있도록 산도라지, 더덕 등도 심었다. 강산이 한번 반이나 바뀔 정도의 시간이 그에게 가져다 준 변화는 토착민보다 더 토착민 같은 삶만이 아니다. 자연과, 이웃과 더불어 사는 삶은 도시에서는 맛볼 수 없는 또 하나의 커다란 변화이다.
“청원의 경우에는 대통령의 별장이었던 청남대가 있는 곳이어서 더더욱 다른 지역과 고립되어 있었고 그 결과 원주민들 간의 결속력은 매우 높습니다. 귀농한 지 벌써 십년이 훌쩍 넘었지만 올해 이장을 맡게 되면서부터 겨우 주민들 속으로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그는 요즘 마을의 궂은일을 도맡아 하면서, 주민들로부터 성실한 사람, 마을에 꼭 필요한 사람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 그의 귀농이 어느 정도 안정기에 접어들었음을 엿볼 수 있다.
지역재단 교육으로 삶의 큰 전환점 맞이해
임종래 님은 2007년도에 지역재단에서 시행한 ‘지역리더아카데미 종합과정’ 교육을 받고 삶의 큰 전환점을 맞이하였다. 교육 이전에 그는 문의면의 각 부락에서 62년생 이하의 젊은 사람들을 모아 미나리작목반을 결성하였었다. 미나리는 겨울철에도 재배할 수 있어 일이 많지 않은 농한기에 젊은 사람들이 노름에 빠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었다.
“교육에서 돌아오자마자 마을의 문제에 대해 불평만 쏟아 내었던 미나리작목반 모임을 더욱 내실화 하고 조직적으로 운영하고자 온 힘을 기울였습니다. 우선 진심으로 마을 발전에 관심이 있고 함께 일할 수 있는 일곱 가구만을 추려 2007년 말, ‘둠벙공동체’를 결성하였습니다.”
지난 4월, 한살림 생산자단체로 출범하게 된 둠벙공동체는 정기적인 모임을 통해 지역의 여러 가지 정책에 대한 건설적인 의견과 대안을 모색하고 공론화하고 있다. 청남대 개방에 대한 정책토론회를 벌이고 전국적으로 공론화한 일은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대청호 부근에 자리한 청남대는 노무현 전 대통령 때 충청북도로 이양되고 일반인들에게 개방되었다. 그동안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인해 온갖 규제에 시달려야만 했던 지역 주민들에게 개방의 혜택이 돌아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 이익은 고스란히 지역 토호들만의 것이 되었다. 임종래 님은 둠벙공동체와 함께 청남대의 활용이 모든 지역주민들의 소득증대로 이어질 수 있도록 문의초등학교 동문모임에 참석하여 주민들을 설득하고, 불만은 있었지만 선뜻 말하지 못했던 이들의 의견을 모았다. 결국 지역주민들의 의견이 공론화되어 버스로만 진입할 수 있었던 입구가 일반 차량도 들어갈 수 있도록 개방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어느 방향에서든지 청남대 내부로 들어갈 수 있도록 하여 지역 농민들이 자신의 농산물을 마음대로 가져와 도시방문객과 직거래할 수 있게 되었다.
해바라기축제로 마을주민들의 소득증대 꿈꿔
임종래 님은 도시민들에게 볼거리와 휴식공간을 제공하고 농민들은 농산물을 직거래 판매하기 위해 지난해 처음으로 해바라기축제를 개최하였다. 문의면 괴곡리와 노현리를 중심으로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5개월 동안 축제를 준비하였다. 문의면과 번영회 등에서 1,200만원을 지원받아 부스와 현수막을 설치하고, 리플렛을 제작하였다. 해바라기를 식재하기 위한 7ha의 밭을 임대하는 것과 축제기간 동안 진행요원 인건비 등은 사비를 들여 추진했다. 지역 농민들은 축제 기간동안 농산물 직거래로 600만원의 소득을 얻었다. 해바라기 기름과 국수 등 공동으로 판매한 가공품의 소득, 500만원은 고스란히 축제 준비금으로 상계됐다. 축제가 이루어진 13일 동안 약 1,300여 명의 도시민들이 방문하였다. 처음으로 시도한 축제임에도 불구하고 농가소득과 마을 홍보 측면에서 작은 성공을 거둔 셈이다.
축제 이후 해바라기씨의 유통은 그가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지난해 7ha에서 수확한 해바라기씨 4만 톤 중에 절반 이상이 그대로 창고에 남겨져있다. 그는 경기ㆍ강원도 한살림 생산자들에게 무상으로 종자를 제공하여 한살림 내 해바리기 생산자들을 넓혀 나가는 중이다. “해바라기씨를 판매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공급이 가능해야 한다”고 생각해서다. 아산 푸른들영농조합법인에도 종자를 제공하는 등 판로를 확보하기 위한 여러 가지 가능성을 물색하고 있다.
“이곳 괴곡리는 스물 한 가구 중에 열아홉 가구가 70세 이상인 초고령화 지역입니다. 마을에 적합한 공동사업을 계획하여 어르신들에게도 소득의 혜택이 돌아갈 뿐만 아니라, 도시민들도 다시 찾고 싶고, 살고 싶은 마을을 만드는 것이 꿈입니다.”
(*소식지 8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 설지현 지역재단 홍보출판팀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