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화학물질인 멜라민으로 고단백질을 활성화한 멜라민 분유 파동이 일어났을 때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탄식을 했었다. 일본의 식품회사 사장이 국민들에게 사과하는 모습을 보며, 저 사람이 잘못한 것은 무엇일까 생각해봤다. 중국에서 과자를 제조해 자국으로 들여온 것이 그의 잘못이었다. 아마도 그 사장은 먹을거리에 대해 그런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단적으로 말해서 먹을거리의 생산과 소비를 극단적으로 분리시킨 글로벌 푸드시스템은 이렇게 상상하지 못했던 일을 만들어내었고, 생산자와 소비자간의 신뢰관계에 투명한 유리막을 쳐놓았다. 아직까지도 그 여진이 남아있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논란의 본질도 사실은 신뢰관계의 붕괴이다.


좋아진 로컬푸드운동 여건

그렇다보니 최근에는 먹을거리의 생산지와 관련 국내산 열풍이 분다. 그것도 애국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신뢰를 강조한다. 일례로 이전까지 앞다리살, 뒷다리살도 맛있다며 돼지고기 부위의 고른 소비를 홍보했던 양돈협회가 최근에는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국내산 돼지고기를 먹자고 홍보하고 있다. 먹을거리에 대한 국민 여론의 변화를 반영한 홍보기조의 변화이다.

이렇게 먹을거리의 신뢰관계가 강조되는 현실은 로컬푸드운동이 확산될 수 있는 좋은 토양이다. 왜냐하면 로컬푸드는 다른 말로 표현하면, ‘얼굴이 있는 먹을거리’이기 때문이다.  얼굴이 있다는 의미는 생산자와 소비자가 교류를 통해 서로 얼굴을 아는 사이가 된다는 1차원적인 의미도 있지만, 그렇게 함으로써 생산자는 소비자에게, 소비자는 생산자에게 책임감, 인간미, 정, 존중, 믿음을 갖게 되는 2차원적인 의미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반대로 글로벌 푸드시스템에서는 소비자가 생산자의 얼굴을, 생산자가 소비자의 얼굴을 확인할 수 없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정부나 지자체도 로컬푸드정책 추진에 나서고 있다.


농민들이 잘할 수 있는 먹을거리 신뢰관계

그렇다면, 이렇게 먹을거리의 생산과 소비사이에 물리적, 시간적, 사회적 거리를 줄여나가는 로컬푸드운동을 어떻게 시작할 수 있을까? 먹을거리의 신뢰관계 형성이 관건이라면 그러한 신뢰관계를 쉽게 형성할 수 있는 사람들이 먼저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먹을거리를 직접 생산하는 농민들이 바로 그들이다.

농민들은 우선 자신들의 먹을거리를 대체로 자급한다. 그리고 자식들과 친지들에게 먹을거리를 나누어준다. 농민과 그 가족들은 기본적으로 신뢰관계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삶을 좀 더 사회화해보자. 가족관계를 넘어서서 그러한 신뢰관계를 확대할 수 있다면 농민들을 중심으로 한 먹을거리의 신뢰관계를 사회화하게 된다.


먹을거리 신뢰관계의 사회화

우선, 농민들 스스로 ‘내가 생산한 먹을거리가 안전․안심 농산물’이라고는 믿어줄 수 있는 신뢰관계는 어디 어디에 있는지 생각해보자. 소비자도 있을 수 있고, 음식점 주인도 있을 수 있고, 먹을거리 유통업자가 있을 수도 있다. 만약에 가까운 인근에 그러한 신뢰 네트워크가 있다면 직거래 방식으로 먹을거리 신뢰관계를 만들어보자. 만약에 좀 먼 거리에 있다면 택배를 이용한 먹을거리 꾸러미 방식을 활용해보자. 내가 좀 더 규모있게 안정적으로 먹을거리 신뢰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면 직매장 설치를 검토해보자.


둘째, 그러한 먹을거리 신뢰관계를 형성하고 지속시켜나가려면 농민들끼리 연대해야 한다. 단작중심의 대규모 생산방식으로는 얼굴있는 먹을거리의 생산-소비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 반대로 소비자들과의 먹을거리 신뢰관계 형성에 적합한 다품종 소량생산도 농민 한사람이 혼자서 하기에는 번잡하고 비능률적이다. 즉, 농민 한사람에게 로컬푸드운동은 무시해도 상관없거나 번잡한 일이지만 두 명 이상의 생산자가 모이면 로컬푸드운동은 당장에는 작아보이지만 지속가능한 생산-소비관계의 형성이다. 생산자 한명=0이고, 생산자 두 명=2+α이다.


셋째, 농민들은 스스로 자신이 먹을거리 신뢰관계를 얻을만한지 되돌아보자. 친환경농업을 하고 있지 않다면 친환경농업을 실천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농약과 비료에 의존하는 관행농업을 지속한다면 소비자들로부터 안전성을 인정받을 수 없고, 땅을 살리는 농사의 의미도 인정받을 수 없다. 또한, 농산물 가격도 생산비와 적정이윤을 근거로 적정가격을 매겨 판매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마찬가지로 시중가격의 변동으로 인한 소비자들의 변덕을 모면할 수 없다. 그밖에 먹을거리 신뢰관계를 얻기 위한 고민을 해야 한다.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시작하자

‘시작이 반이다’. ‘실천하면서 배운다’ 이런 말들은 현재의 로컬푸드운동을 위한 명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왕에 로컬푸드운동이 필요하고, 그것에 좋은 사회적 여건이 형성되고 있다면 먹을거리 생산의 당사자이자 소비의 일 주체인 농민들이 먼저 시작해보자. 로컬푸드운동을 통해 먹을거리의 생산-유통-소비의 문제점을 한꺼번에 전부 개선시킬 수는 없지만 실천하지 않는 것보다는 편익이 되고, 나아가 그 편익은 점점 더 커질 것이 분명하다.



/ 박창규 지역재단 연구팀장(ckpark@krdf.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