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의 공간으로 농촌 지역사회에 새로운 활력소로 자리 잡은
고창여성농업인센터


   고창여성농업인센터(이하 센터)는 80ㆍ90년대 이후 여성화ㆍ노령화의 급속진전, 그리고 최근 다문화 사회의 큰 진전으로 설명되는 복잡한 농촌 현장에서 지역 주민 간 삶을 공유하는 생활 나눔의 장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여성농업인 지도자 교육, 선진농업현장 탐방, 마을순회 한방건강교실, 알뜰 바자회, 어머니 한글교실 등 이루 다 열거할 수 없는 사업들이 펼쳐진다.

농민운동의 새로운 지향을 지역일꾼의 관점에서 담고자
   과거 구호로써 외쳤던 농촌 공동화, 노령화ㆍ여성화가 이제 농촌사회 주류의 모습으로 자리하게 되었다. 그런 과정에서 ‘아스팔트 농사’로 표현되기도 한 농민운동의 모습에도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센터의 출범과 전개도 이 같은 흐름 속에 주민 삶의 변화를 구체적으로 엮어가고자 하는 공간 확보의 노력에서 비롯되었다.

   농민운동의 새로운 고민이 센터추진에 대한 적극적 지지가 되어 5천만 원의 후원금을 확보하게 되었다. 이를 종자돈으로 구교회 건물을 매입 수리해 활용할 수 있었다. 센터는 2005년 7월 여성농업인센터로 정식 인정되어 오늘날까지 다사다난한 모습으로 주민 속에 함께하고 있다. 노령화ㆍ여성화로 표현되는 대상화된 농촌이 아니라, 가보고 싶은 곳, 살 맛 나는 세상을 지향코자 힘쓰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지향에서 생활 속의 변화와 작은 감동을 강조한다. 김영숙 소장은 “규모 있고, 화려한 실적위주의 행사보다는 주민의 삶에서 필요한 사업이 무엇인지, 쉽게 참여할 방법은 무엇인지, 그리고 이를 어떤 방식으로 전개해야 할지를 항상 고민으로 갖고 있다”며 운영방향에 설명을 덧붙인다. 전국 유수의 여성농업인센터 중에서 이곳 사업이 돋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우리 방식을 통한 지역사회 요구와의 만남
   과거 가부장적 질서가 크게 자리하던 때는 농촌지역 여성들의 교육기회는 적을 수밖에 없었고, 그 영향에서 아직 글을 깨치지 못한 어르신들이 있다. 그렇지만 당사자의 편에서 이를 바로 잡고자 하는 노력은 많지 않았다. 어르신들은 배우고 싶어도 창피한 마음에 공개 기관 강좌에 가길 꺼려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런 어르신들의 마음을 담아 센터에서는 올해 1월~3월에 한글교실을 열었다. 하지만 진행과정이 순탄하지는 않았다. 어르신들이 센터라는 공간을 두고도 구석진 곳에서 공부하기를 원했고, 귀가 길에도 본인들을 마을 어귀에 내려놓고 가라는 등 쑥스러움을 털어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go_01.jpg   센터에서는 다문화 사회의 진전 속에 늘어나는 결혼이민자를 위한 한글교실 운영도 시작했다. 이곳에서 깨친 한글 덕에 일자리를 갖게 되었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주부도 있다. 20ㆍ30대 여성들을 위해서는 보육 사업에 특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이러한 사업은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한 농촌사정을 생각해 교재비만 받고 운영 중이다. 농민의 삶의 질 향상, 경제적 이익 실현을 위한 여성농업인지도력 향상, 선진농업현장 탐방 등의 사업들도 펼쳐진다. 2008년에는 주민의 큰 호응 속에 KBS가요무대를 다녀오는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소통의 공간으로 지역사회 활력을 불어넣고자
   김영숙 소장의 이야기를 통해 변화된 오늘의 농촌 모습, 그리고 사업의 모습을 실감할 수 있었다. “사회보장 제도 덕에 수천 원이면 질 좋은 한의원을 얼마든지 이용할 수 있는데, 마을순회 한방건강교실이 제대로 될까 걱정도 했었지요. 그런데 막상 사업을 해보니 필요한 것이구나라고 느꼈지요. 많은 사회ㆍ제도적 장치가 마련되고 있다고 하더라도 고령화된 농촌에서 특히 나 홀로인 어른들에게는 소용이 없는 것이더라고요. 그리고 치료보다 ‘만남의 장’을 더 소중히 여기는 마을 어르신들의 모습에서 지역 사회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가질 수 있었지요. 우리가 방문하는 날은 정말 마을에 활기가 넘치는 것 같았어요.”

   센터의 사업에는 소통을 통해 농촌을 활발한 생활공간으로 지켜나가고자 하는 모습이 다양하게 배어 있다. 이 같은 활동이 농촌경제 삶의 질 향상에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사업 하나, 하나마다 아기자기 함과 정성의 숨결이 느껴진다. 어린이집 운영 과정에 자모 모임을 붙여, 여성농업인의 만남의 장을 만들었다. 고부간 갈등을 완화하고, 건강한 가장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담은 ‘고부화합 작은 한마당’, 부부 간의 화합을 통한 양성평등문화 진전을 위한 부부교실 등도 이와 같은 것들이다. 출장상담, 여럿이 함께하는 대화공간에서 부부 문제를 다루기도 한다.

   학원 식 학습이 아닌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과 함께하는 공부방은 지역사회와 아이들의 소통을 위한 것이다. 내 고장을 기억하고, 향토에 대한 사랑과 정을 갖도록 하기 위함이다. 매년 연례행사로 전개하는 황토사랑공부방도 이 같은 취지에서 비롯되었다.
go_02.jpg해부터는 꾸러미사업을 새로 시작했다. 이는 소통의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다. 지역사회, 그리고 더 나아가 도시와 농촌이 함께 소통하기 위해서다. 현재 아홉 농가가 제철ㆍ지역산 채소 중심으로 37개 꾸러미를 서울 등지로 월 2회 배송하고 있다. 장차 농민들의 경제적 이익실현에도 나름의 도움이 되었으면 하지만 탄탄한 준비가 함께해야 할 것이다. 또한 지금은 센터임원 중심으로 운영진이 구성됐지만, 경제 사업으로 자리하려면 장차 마을 단위에서의 체계적 준비가 필요하다. 꾸러미 준비를 좀 더 전문적으로 행해야 함은 물론이다.


보다 많은 발전을 위한 제도보완의 필요성
   꾸러미 사업은 전북도 여성농업인센터에 요구하던 필수사업에 변화를 준 것이 계기가 되었다. 지금까지 여성농업인센터는 소규모 예산지원에도 불구하고, 상담, 보육, 공부방, 교육사업 등이 의무사업으로 부과되어왔다. 그만큼 종사자들의 헌신이 클 수밖에 없었고, 따라서 꾸준한 사업자율 성 확대에 대한 요구가 함께해 왔다. 다행스럽게도 전북도가 이 같은 요구를 수용, 보육 사업을 필수로 하도록 했다.

   김영숙 소장은 이 같은 변화를 반가워하면서도 더 많은 제도적 장치가 확보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전국 대개의 여성농업인센터는 지역 여성농민들이 지역에서 자신 삶의 절실한 이해를 담아 운영하는 탓에 그 어떤 조직보다 탄탄한 성과를 내고 있는데, 이에 대한 사회ㆍ제도적 배려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 여성농업인센터 사업은 2005년에 지방으로 이양되었는데, 이를 다시 농림수산식품부로 환원하여 운영예산 지원확대 등 사업체계를 새롭게 정비해야 한다는 요구다.

<글 송동흠 지역리더 편집위원/우리밀살리기운동본부 사무총장>

고창여성농업인센터, http://www.gocenter.co.kr, 063)561-3936

* 이 글인 지역재단 소식지 지역리더 16호에 실린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