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7년 이래의 한국사회는 선거를 통한 권력교체의 공간이 열려 있는 사회이니만큼 2012년의 총선 및 대선과 연계해서 생각하지 않는 '새로운 도약'은 현실성이 부족하다. 그러나 2011년에 각계각층에서 상식과 교양의 회복을 시작하고 국정체계 개편을 준비함이 없이는 2012년에도 큰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무엇보다 연합정치의 소중함에 대한 지방선거의 교훈을 달라진 여건에 맞게 살리는 지혜가 필요하며, 여기에는 그동안 선거와 무관하게 우리 사회 곳곳에서 무르익어온 새로운 기운이 응당 반영돼야 한다.
4대강사업에 저항하는 종교계와 시민사회의 분발만 해도 아직 정부 방침을 바꾸는 데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우리 사회의 체질을 바꿔놓고 있으며, 바닥 민중의 생존권을 위한 싸움이 기륭전자 노동자나 KTX 여승무원들의 소중한 승리를 기록한 것도 그 외형적 규모로만 따질 일은 아니다.
그러고 보면 2010년은 좌절도 많았지만 성취 또한 만만찮은 한해였다. 나 자신은 새해에 우리가 그 좌절과 성취를 딛고 어느 해 못지않은 진전을 이룩하리라는 꿈에 부풀어 있다.“ (「2010년의 시련을 딛고 상식과 교양의 회복을」,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신년칼럼, 『창비주간논평』http://weekly.changbi.com, 2010.12.30)
우리 사회 당면 정세의 두 가지 과제 : 불평등 해소와 불안 해소
2010년에는 우리 사회 곳곳에 불평등과 불안의 위기가 점철된 해였다. 새해 들어서도 우리 사회의 양극화 불평등 격차의 위기는 해소될 전망이 없다. 산업간 지역간 사회계층간 양극화로 대표되는 불평등 격차는 현 정부 아래 심화될 뿐이다. 특히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수출산업과 내수산업, 도시와 농촌의 불평등 격차는 지역의 위기, 나라의 위기를 심화시키고 있다.
신묘년 연초까지 구제역·조류인플루엔자(AI)로 농가 위기와 국민 불안이 점증되고 있다. 지난해 연이은 천안함·연평도 사태의 안보불안, 4대강 강행의 생태환경불안, 국제 유가․곡물가․원자재값 급등과 물가고 등의 민생불안 등이 새해에도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불평등 격차과 민생불안의 위기 근원은 어디에서 오는가. 한마디로 위정자(정권)의 무지와 무능 때문이다.
‘생각하는 백성이라야 산다’고 하였다. 신묘년 올해는 우리 삶과 가정과 사회와 지역과 나라의 희망을 찾기 위한 신묘(神妙)한 궁리와 국민행동이 절실한 해이다. 2012년은 의회권력과 행정권력을 교체하는, 국정체계 개편의 해이다. 올해부터 각계각층 국민이 지혜를 모아내고 함께 행동을 도모하여, 무지와 무능으로 국민의 삶과 나라의 미래를 파탄 내는 권력을 바꾸어 불평등 격차를 해소하고 민생불안의 위기를 해소해나가는 ‘새로운 도약’을 기약할 수 있는 해여야 한다.
患不均 患不安(환불균 환불안)
오는 2012년 우리 사회 당면 정세의 두 가지 과제를 든다면, 양극화로 대표되는 불평등 격차의 해소와 민생불안의 해소가 아닐까 싶다. 이를 두고 선현(先賢)이 앞서 ‘患不均 患不安(환불균 환불안)’이라 했던가.
70년대 이후 지금까지 우리 사회운동, 지역운동, 생명운동에 ‘협동과 연대, 생명과 평화’의 사상과 실천으로 지역리더들에게 새로운 지평을 열도록 안내하고 도운 큰어른 한 분을 들라면 고(故) 무위당 장일순 선생1)을 들 수 있다. 무위당 선생은 생전에 원주밝음신협2)을 만들 때 ‘不患貧 患不均(불환빈 환불균)’이란 현판을 걸어놓았다고 한다. 근자에 들어서는 김두관 경남지사가 6.2 지방선거 당선 후 취임사에서 자신의 도정 운영 철학과 관련하여 이 고사성어를 좌우명으로 삼고 있다고 소개하면서 관심을 끈 적이 있다.
이 말은 원래 <논어 계씨 편>의 ‘有國有家者 不患寡而患不均 不患貧而患不安 蓋均無貧 和無寡 安無傾(유국유가자 불환과이환불균 불환빈이환불안 개균무빈 화무과 안무경)’에서 나온 말이다. 요새 어투로 옮겨보자. ‘위정자들은 정치를 할 때, 국민이 적게 가지고 부족한 것을 우선 걱정하지 말고 국민이 불평등․불공평한 것을 근본적으로 걱정해야 하며, 국민이 가난한 것을 우선 걱정하기보다 안정되지(안전하지) 않은 것을 근본적으로 걱정해야 한다. 대체로 볼 때, 고르면 가난하지 않을 것이고, 화합하면 부족하지 않을 것이며, 편안(안전)하면 가정과 사회와 지역과 나라가 기울지 않을 것이다’는 뜻이 아닐까 싶다. 이 말을 현 집권층은 뼈 속까지 새겨서 들어야 할 것이며, 2012년 정권교체를 꿈꾸는 개혁․진보 정치세력도 각자도생이 아니라 연대공생의 화두로 새겨야 할 말이다.
불평등·불공평의 해소(患不均)와 불안정·불안전의 해소(患不安). 이 두 가지 과제를 올해 그리고 내년 우리 사회 당면 정세의 핵심 화두로 들 수 있다.
不患均 不患安(불환균 불환안)은 신자유주의 토건국가의 특징
우리가 비판하고 극복하고자 하는 신자유주의 정책기조와 토건국가형 국가(지역)경영전략은 경쟁지상·시장만능의 승자독식으로 산업간․지역간․계층간․부문간 양극화와 민생위기, 지역위기, 나라살림위기를 심화할 뿐이다. ‘均’을 전혀 걱정 않고 ‘安’을 전혀 걱정 않으며, 되려 ‘不均’과 ‘不安’을 심화시키는 형국이다. 이에 맞서 ‘不均’을 걱정하고 ‘不安’을 걱정함(환불균 환불안)으로써 ‘협동과 연대의 사회경제, 순환과 공생의 지역(나라) 만들기’를 도모하는 것은 당면 정세의 핵심 화두이다.
‘不均’의 해소, 곧 불평등․불공평의 극복 과제는 크게 산업간 격차, 지역간 격차, 계층간 격차, 부문간 격차 등 네다섯 가지를 들 수 있다. 이 가운데 특히 부문간 격차, 곧 도시와 농촌,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수출산업과 내수산업 등의 불평등 격차를 해소하는 정책이야말로 민생살림, 지역살림, 나라살림의 첫 번째 핵심 과제라 할 수 있다.
‘不安’의 해소, 곧 민생과 나라살림의 불안전․불안정의 극복 과제는 이른바 ‘5대 불안’에 ‘먹을거리 불안’과 ‘평화 불안’ 등 예닐곱 가지를 들 수 있다. 일자리, 교육, 주거, 노후, 보건의료, 먹을거리(안전한 먹을거리의 안정공급, 식량주권), 평화(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군비축소, 전쟁불안의 영구 해소) 등에서 안전․안정․안심 체제 구축의 정책이야말로 민생살림, 지역살림, 나라살림의 두 번째 핵심 과제라 할 수 있다.
각자도생에서 연대공생으로, 협동과 연대의 연합정치?
불평등․불공평을 극복하는 ‘患不均(환불균)’의 정책, 불안전․불안정을 극복하는 ‘患不安(환불안)‘의 정책으로, 양극화와 사회적 배제로 고통 받는 일하는 민중이, 격차와 민생불안에 시달리는 지역주민이, 긴장격화와 군비경쟁에 좌절하는 겨레가 ’새로운 도약‘을 하는 방도는 무엇인가. 오늘 우리 사회의 개혁·진보 정치세력 중 어느 일방이 이를 담보할 역량과 진용을 갖추고 있지 못한 데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그런데 문제는 오히려 이러한 문제보다, 문제를 인식함에도 불구하고 부족한 세력끼리 힘과 지혜를 모아내는 협동과 연대의 방책을 펴지 않고 자기 이익 실현의 틀 안에 갇혀 있는 것이 국민을 좌절케 하는 더욱 큰 문제이다.
이러한 좌절의 극복 방도는 어디서 찾을 수 있는가. 그동안 제 부문·세력들이 연대하여 추진해온 학교급식조례제정운동과 지난 지방선거의 일부 연합정치 성취에서 그 극복방안을, 앞으로 ‘협동과 연대의 연합정치’ 실현 방도를 찾을 수 있다. 2012년에는 개혁·진보 정치세력들의 각자도생 방책으로는 공멸만 있을 것이고 연대공생 방책으로는 희망이 창조될 것이다. 협동과 연대의 원리로 민생위기, 지역위기, 나라(겨레)위기를 극복해나가고자 하는 개혁․진보 정치세력들의 연대공생 방책, 곧 연합정치는 어디서 출발되어야 할 것인가.
연대공생의 연합정치는 정책연합, 선거연합, 정부연합(연합정부, 공동정부)을 단계적으로 또는 동시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문제는 어떤 과정이든 선거 전이나 선거 이후 ‘협동과 연대의 정신’을 지속가능하게 하는 것은 ‘국민에게 공감과 지지를 얻을 수 있는 공동정책 마련’과 ‘제 정치세력간의 공동정책 마련을 위한 연대공생의 시스템 마련’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올해 그리고 내년, ‘협동과 연대의 연합정치‘ 추진은 앞서 언급한 ’患不均 患不安(환불균 환불안)‘의 정책을 제 정치세력 간에 공동으로 합의해내는 정책연합 체계(정책연합의 숙의체계) 마련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정책연합 운영, 공동정책 생산
이 정책연합을 토대로 선거연합, 정부연합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리고 정책연합을 통해, 공동정책을 개발·생산하는 과정 자체를 국민과 함께하는, 곧 공동정책 개발과정에서 국민과 소통하며 국민에게 공감을 주고 국민이 그 정책 실현의 추진주체 의욕을 갖게 하는 과정(각 부문의 국민운동)을 통하면, 이러한 공동정책의 개발·생산 과정 자체가 정책연합에 참여하는 개혁·진보 정치세력들 간의 소통과 공감과 연대공생의 촉진에 토대가 될 것이다.
정책연합을 통한 연대공생의 방략을 찾는 데 기여하고, 국민의 새로운 도약을 기약하는 공동정책 개발․생산의 원칙으로는 몇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는, 국민에게, 각 부문 민중에게, 지역주민에게 잘 전달될 수 있는, 공감과 지지, 그리고 그 실현 주체로서의 의욕을 갖게 하면 더욱 좋은, 국민선언문·국민독본으로 요약·공유될 수 있는, 간명하고 세트화 된 구성·문법의 정책프로그램 생산이다. 앞서 患不均(환불균)의 네다섯 가지와 患不安(환불안)의 예닐곱 가지 의제를 집약해보면 누구나 이해하고 공감되는 정책공약3)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둘째는, 현재 민생문제, 지역문제, 국가경영전략문제, 동북아 정세문제 등을 잘 분석하여 향후 국가경영의 올바른 방향 제시, 곧 향후 국가비전 제시에 토대하되, 이를 실현하는 공동정책의 실행가능성, 지속가능성을 중시해야 한다는 점이다. 셋째는, 어떤 정책도 신자유주의 정책기조와 토건국가형 국가(지역)경영전략을 환골탈태하는 방향이되, 그 핵심은 일하는 민중(노동자, 농민, 빈민)의 인간다운 삶 실현과, 과밀화․거대화․소수거점화 한 ‘서울공화국’ 논리가 아닌, 분권과 자치의 지역균형발전 추진, 지역순환경제와 도농공생사회 실현이라는 ‘순환과 공생의 지역 만들기에 의한 지속가능한 지역사회 실현’에 두어야 한다는 점이다.
제 정당·시민사회단체·연구집단 간의 임시 싱크탱크 조직화에서부터
최근 들어 개혁·진보 진영 내에서 제 정당․시민사회단체를 포괄하여 향후 연대공생의 방략(정책, 후보, 연합정부)을 함께 도모할 연합정치의 임시 ‘가마솥‘을 만드는 논의들이 활발하다. ’가설정당‘ 방식이 그것인데, 현 단계에서 제 정당․시민사회단체 간 협동과 연대의 연합정치 방식으로써의 그 유효성에 주목해 볼만하다고 본다. 이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분석과 각 세력들의 숙의에 기대하기로 하고, 여기서는 정책연합의 중요성과 정책연합에 근거한 정치연합이야말로 지속가능하고 실행가능하다는 점에서, 제 정당․시민사회단체․연구집단 간의 임시 싱크탱크 조직화를 기대해본다.(’가설 싱크탱크‘인가). 당면 정세 속에 개혁·진보 진영이 2012년 총선과 대선에 대응하는 협동과 연대의 연합정치를 위한 공동정책 생산체계로서 임시 싱크탱크를 조직화하여, 향후 선거연합(후보연합)이나 연합정부 추진을 위한 상호소통과 국민공감과 연대공생의 체계를 성취해내길 기대한다.
글, 허헌중 지역재단 기획이사
1) 고(故) 무위당 장일순 선생에 대해서는『나락 한 알 속의 우주』(녹색평론사),『너를 보고 나는 부끄러웠네』(녹색평론사),『나는 미처 몰랐네 그대가 나였다는 것을』(시골생활/도솔출판사)을 참고하시길 바람
2) 오늘 협동운동, 자치운동, 로컬푸드운동의 선진거점지로 활발한 원주지역의 협동과 연대운동은 1972년 원주밝음신협의 창립과 함께 구체화되었다. 원주밝음신협은 무위당 선생과 고 지학순 주교의 주도 하에 고리대금업과 사채로 고통 받는 주민들이 협동과 연대의 자활기반 마련을 위해 설립한 신용협동조합이다.
3) 이런 측면에서 정책공약을 국민에게 감성적으로 전달하는 부문 의제별 캐치프레이즈도 중요함은 두말할 나위도 없을 것이다. 친환경 의무(무상)급식과 관련해서 “아이들에게 건강을, 농촌에 희망을!”“아이는 안전, 엄마는 안심!”은 그동안 급식의 안전성․공공성 쟁취와 지역농업 살림을 위해 분투해온 급식운동 활동가분들의 대표적인 성취이다. 이것이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신자유주의 선별복지 논리를 무색케 하고 환불균 환불안의 보편복지를 국민에게 공감케 하여 이른바 선거혁명을 견인하는 데 일조했다고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