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법 개정 논의, 어디까지 왔나 ①정부 ‘농협법 개정안’ 주요 내용
2009년1월26일자 (제2116호) 중앙회장 권한 축소 골자 정부 개정안 ‘일단 공감’

  
‘농협법 개정안’이 지난 16일 입법예고 됐다. 정부의 이번 입법예고안은 지난 9일 농협개혁위가 발표한 농협개혁방안을 토대로 만들어 졌지만, 진정한 농협개혁을 이루기 위해서는 지금부터가 중요하다는 인식이 강하다. 그동안 농협개혁 논의가 끊임없이 있어왔지만 번번이 실패한데다 농협개혁의 핵심과제로 꼽히는 신·경분리 문제가 매듭지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본보는 정부의 농협법 개정안 입법예고 내용과 이에 대한 반응을 살피고, 신·경분리 문제 등 향후 농협개혁을 위한 과제들을 짚어본다.

#중앙회 관련 사항

중앙회장 선거 `간선제로` 임기는 `단임` 제한
인사추천위원회 운영·감사기구 독립성 확보

▲회장 선거방식=중앙회장 선거방식을 대의원회에서 선출하는 간선제 방식으로 바꾸고, 선거관리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위탁토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중앙회장의 비리 재발을 막고, 정치적 성향을 없애기 위해서는 현 직선제 체제의 폐지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정부의 생각이다. 또 중앙회장이 차기 선거를 의식하지 않고 전체 조합원을 위해 소신껏 활동할 수 있도록 회장 임기를 단임으로 제한했다.

▲인사추천위원회 운영=현행법에는 사업부문별 대표이사와 전무이사, 감사, 사외이사 등의 추천권이 중앙회장에게 있지만, 입법예고안에는 새롭게 구성되는 인사추천위원회가 이들을 추천토록 정하고 있다. 지난 2004년 농협법 개정을 통해 중앙회장이 비상임으로 전환됐으나, 중앙회장에게 인사추천권이 남아있어 경영에 개입할 여지가 있고, 지역안배나 인맥 등을 고려한 중앙회 임원들이 선출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또 인사추천위원회 제도를 통해 중앙회 내외부의 우수인력이 발탁될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것이 정부 판단이다.

▲감사기구 독립=이사회 내에 설치돼 있는 감사위원회를 폐지하고, 별도기관인 상임감사를 둬 감사기구의 독립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현재는 중앙회장이 감사위원 3명을 추천하고 있어 독립성 논란이 있는데다, 집행권한을 갖고 있는 이사회와 집행을 책임지는 경영진을 견제하기 위해선 감사기구가 이사회에서 독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 때문이다.

▲이사회 기능 활성화=현재 중앙회 이사는 35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대표이사 소관별로 소이사회를 두고 있는데,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위해선 이사 수를 줄여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이번 입법예고안에는 회장, 사업전담대표이사 등을 포함해 30인 이내로 이사회를 구성하고, 사업부문별 소이사회를 폐지토록 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협동조합의 이사수는 15명 내외가 바람직하다는 견해가 많지만, 중앙회 회원이 지역농협, 지역축협, 품목조합 등으로 다양하게 구성된 점을 감안해 이번 입법예고에서는 30인 이내로 제한한 것이다.

▲우선출자 대상 확대=우선출자는 의결권이 없는 대신 배당률이 높고, 다른 출자에 비해 배당을 우선하는 것으로, 현행 농협법 상에는 우선출자 대상을 ‘회원외의 자’로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입법예고안에서는 협동조합이 주식회사와 같이 주식시장 상장 등의 방법을 통해 외부로부터 자본조달이 곤란한 점을 감안, 우선출자 대상에 회원조합도 포함시켰다.

#일선조합 관련 사항

자산규모 1500억이상 조합장 `비상임` 의무화
지역농협 설립구역, 읍·면→도 단위로 확대

▲조합장 비상임화=입법예고안에 따르면 자산규모가 대통령령이 정하는 규모 이상(1500억원)인 조합은 의무적으로 조합장을 비상임화 해야 한다. 현재 조합장의 상임, 비상임 여부는 조합 사정에 따라 정관으로 결정토록 돼 있다. 일선조합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전문 인력이 경영을 담당해야 한다는 생각이 반영된 것이다. 2007년 말 기준 자산규모가 1500억이 넘는 조합은 전체의 28.7%이다.

이와 함께 조합장이 비상임인 조합의 경우 상임이사가 경영을 책임지게 되는데, 상임이사의 임기는 현행 4년(2년 차에 이사회 의결로 잔여임기 결정)에서 2년으로 줄이고, 상임이사 선출 방법도 인사추천위원회 추천과 이사회 의결을 거쳐 총회에서 선출토록 한다는 것이다. 현재는 정관이 정하는 추천 절차를 거쳐 총회에서 선출토록 돼 있다. 이사회에는 상임이사 ‘해임건의권’이 부여된다.

▲지역농협 설립구역 확대(조합선택권)=지역농협 설립구역이 도 단위로 확대된다. 현행 지역농협 설립구역은 읍·면 단위로 돼 있어 독자적 경제사업을 추진하기 어려운 규모이며, 조합원은 주소에 따라 출자대상 조합이 정해져 있어 경제적 기본권이 제약받고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정부가 지난해 마련한 개정안에는 조합 설립구역을 시·군 단위까지만 확대한다고 돼 있었으나, 경제권역을 고려할 때 도 단위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농협개혁위의 의견에 따라 조정이 됐다. 다만, 조합 간 지나친 경쟁이나, 선거 후유증 등 부작용을 막기 위해 시행시기 유예기간(1년)을 두고, 지역농협에 가입한지 1년 6개월 이내에는 같은 구역에 설립된 다른 지역농협에 가입할 수 없도록 했다. 또 합병·소멸된 조합의 관할구역 내에서는 조합신설은 금지된다.

▲조합공동사업법인 출자자 범위 확대=조합공동사업법인 출자자 범위를 현행 일선조합에서 일선조합, 중앙회, 농업인으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자금부족 등 조합단위 사업이 갖는 제약을 해소하고, 규모화를 통해 경제사업을 활성화하겠다는 계산. 다만, 법인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중앙회 출자액은 조합공동사업법인 회원이 출자한 총액의 50% 미만으로 정했다.

이와 함께 도시지역 조합 사업 대부분이 금융사업이라는 지적에 따라 지역조합에 품목조합의 출자를 허용토록 했다. 지역조합 조합원으로 가입한 품목조합에게는 의결권 및 선거권이 주어지며, 이렇게 되면 도시지역 조합의 수익금과 고객 네트워크를 활용 농산물 판매가 확대될 것이란 기대가 있다.

▲임원의 자격기준 강화=현행법에는 없지만 일정규모 이상의 사업이용실적이 없는 사람은 조합의 임원이 될 수 없도록 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정관에서 정하도록 했지만, 조합사업, 특히 농산물 유통사업에 참여하지 않는 조합원은 임원이 될 수 없도록 해 농업인을 위한 의사결정이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또 지역농협의 사업과 경쟁관계에 있는 사업에 종사하거나 경영하는 사람도 조합 임직원이나 대의원이 될 수 없도록 규정했다.

이 밖에도 조합장이 조합 경비로 자신 명의의 기부행위(축의·부의금 등)를 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정관이 정하는 바에 따라 조합원에게 배당할 금액을 바로 출자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내용이 이번 입법예고안에 포함돼 있다.

○농협법 개정 과정

·1988년 농협법 개정. 1980년대 민주화 분위기에 따라 중앙회장, 조합장 선출방식을 임명제에서 선거제로 전환. 사업계획·수지예산의 정부 사전승인제 폐지, 일선조합에 대한 지방행정기관의 감독권 폐지.

·1994년 농협법 개정. 농어촌발전심의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중앙회 신용·경제부문별로 독립사업부제 도입. 중앙회장 자격을 조합원으로 제한, 전문조합 육성을 위해 전문조합의 업무구역 폐지, 품목별·업종별전문조합연합회 허용.

·2000년 통합농협법 제정. 1998년 협동조합 개혁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농·축·인삼협 중앙회를 통합해 농협중앙회를 설립(2000년 7월 1일 출범). 중앙회는 농업·축산경제, 신용사업 부문별 대표이사제도 도입, 일선조합은 조합장 선출방식에 이사회 호선제를 추가.

·2004년 농협법 개정. 중앙회 회장을 비상임으로 전환하고, 사외이사 확대 및 대표이사 소관별 소이사회 도입. 일선 조합은 상임이사 도입(자산 2000억원 이상), 외부회계감사 의무화(자산 500억원 이상), 상임조합장 연임 제한(2회), 선관위에 선거관리 위탁.


출 처 : 한국농어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