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법 개정 논의, 어디까지 왔나 ④전문가 시선
2009년1월26일자 (제2116호) 박진도 충남대 교수 “농협중앙회, 연합회 조직으로 재편을”  

정부와 농협중앙회가 이번에 발표한 농협 개혁안의 핵심은 중앙회장의 권한 축소와 이사회 기능의 활성화, 회원조합의 합병촉진과 농업인의 조합권 선택권 부여이다. 하지만 오늘날 농협이 안고 있는 문제는 중앙회장 권한을 축소하고 회원조합을 합병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문제의 근원은 농협중앙회나 일선조합이 협동조합의 정체성을 상실하고 있는 것이다.

중앙회, 교육·지도 등 비사업적 기능 담당
신용-경제 분리 후 협동조합은행 설립하되
회원조합 등이 주식 절반이상 소유케 해야

농협법 제113조에 따르면 농협중앙회는 ‘회원의 공동 이익의 증진과 그 건전한 발전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돼 있다. 그러나 현실은 이와 전혀 다르다. 농협중앙회는 회원을 위한 조직이 아니라 중앙회 자체를 위한 조직이고, 농업과 농민을 앞세워 도시민을 상대로 한 돈 장사에 몰두하고 있다. 또한 농협법 제13조에 따르면 지역농협은 ‘농민의, 농민에 의한, 농민을 위한’ 협동 조직이고, 그 근본은 협동화를 통해 농민조합원의 농업생산 및 농산물 판매를 원활하게 도와주는 경제사업이며, 이러한 경제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농민 조합원들이 필요로 하는 자금을 공급하기 위해 신용사업을 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지역농협의 현실은 이러한 법 정신과는 크게 어긋난다. 그야말로 ‘돈 장사’에 골몰하고, 농민을 위한 경제사업은 곁가지에 불과하다.

따라서 농협개혁의 기본방향은 협동조합의 정체성을 회복하는 것, 즉 농협중앙회를 회원(조합)을 위한 연합회 조직으로 재편하고, 지역농협을 지역농업 조직화(농산물 생산-가공-판매-소비의 조직화)의 주체로 환골탈퇴 하게끔 만드는 것이다.

농협중앙회를 연합회 조직으로 재편하기 위해서는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의 분리가 반드시 필요하다. 연합회 조직으로서 농협중앙회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회원조합에 대한 지도·감독과 교육 및 조사연구 그리고 대정부 농정활동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농협은 이런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중앙회가 사업조직이기 때문으로, 회원조합에 대한 리더십도 없고 정부에 대해서도 독립적이지 못하다.

그리고 현재 농협중앙회의 주된 사업인 신용사업은 회원조합의 연합사업이 아니라 협동조합과는 관계없는 중앙회 자체의 은행업이다. 이것을 그대로 두고는 협동조합의 정체성을 회복할 수는 없다. 중앙회의 신용사업을 신용사업연합회로 별도 분리하고, 은행업은 신용사업연합회의 자회사(협동조합은행) 형태로 하여 운영하되, 신용사업연합회, 경제사업연합회 및 회원조합 등이 협동조합은행의 주식의 절반 이상을 소유해 지배권 및 잉여처분권을 갖도록 해야 한다. 이는 신경분리에 따른 자본금 확충 문제 및 신용사업의 협동조합 이탈에 대한 두려움을 동시에 극복하기 위한 방안이기도 하다. 경제사업의 활성화를 위해서도 신경분리는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중앙회의 경제사업이 지금처럼 신용사업만 한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한 면피용 환원사업의 위치에 있는 한 경제사업의 활성화는 요원하다.

그런데 보다 중요한 것은 경제사업 활성화 그 자체가 아니라, 경제사업 내용을 바꾸는 일이다. 지금과 같은 중앙회 독자사업이 아니라 회원조합 경제사업을 지원하는 연합회 체제로 재편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회원조합의 연합회라는 관점에서 중앙회 경제사업을 전면적으로 재평가하고, 문어발식으로 확장돼 있는 26개의 자회사도 과감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농협중앙회 개혁의 핵심은 현행 농협중앙회를 조속히 비사업적 기능을 담당하는 본래의 중앙회로 재편하고, 사업적 기능을 담당하는 신용사업연합회와 경제사업연합회는 각각 독립법인으로 분리하되, 그것들을 협동조합의 큰 틀 내에 두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지난 정부가 2007년 4월에 발표한 지주회사 형태의 신경분리안, 즉 현재의 농협중앙회를 중앙회, 경제사업, 신용사업 부문으로 각각 분리하지만, 중앙회가 경제사업과 신용사업부문에 100% 출자하는 것은 농협개혁의 본질에서 벗어난 것이다. 또한 최근 금융위기를 빙자해 농협중앙회의 신용사업을 금융지주회사 형태로 분리하려는 움직임도 경계하지 않으면 안 된다. 경제사업은 위자료로 제대로 받지 못하고 강제로 쫓겨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발생할 수도 있다.

아울러 농협중앙회를 비사업체화해 협동조합운동의 구심점으로 바로 세우고 그 힘을 토대로 지역농협의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농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농협중앙회보다 일선조합의 개혁이 더욱 절실하다. 일선조합이야말로 농민들의 일상적 이해가 관철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지역농업 및 농민조합원과 괴리돼 있는 현행 일선조합들을 지역농업의 주체로서 그리고 농민조합원의 이익에 복무하는 진정한 협동조합으로 개혁하지 않으면 우리나라 농업의 미래를 약속할 수 없다. 같은 조합원이지만 생산하는 농산물이 전혀 다르고, 경영규모에도 커다란 차이가 있고, 소수의 전업농가와 대다수의 영세고령농가로 분화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과거 동질적이었던 영세소농들을 대상으로 설립된 현행 종합농협체제가 그 모습 그대로 과연 지역농업의 주체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인가를 진지하게 재검토하고 일선조합의 재편방향을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


출 처 : 한국농어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