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녹색일자리’에 관한 사회적 논쟁을 시작하자 ]
우리나라의 경제상황이 좋지 않고, 고용사정도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올해 1월의 광공업 생산이 2008년 1월에 비해 25.6%나 감소했다. 이는 1970년 1월부터 통계를 작성한 이래 최저수준이라고 한다. 또한, 올해 1월 제조업 평균 가동율도 61.5%로 1980년 9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라고 한다. 이렇다 보니 고용면에서는 지난 2월 말 기준으로 경제활동인구와 경제활동 참가율, 고용율(피고용자수/경제활동인구)이 계속해서 감소하는 가운데 실업자 규모가 92만 명을 넘어섰다. 특히, 청년실업율이 8.7%로 평균 실업율 3.6%의 두 배를 넘고 있다. 경제활동인구에 포함되지 않는 실망실업자(구직포기자)를 고려하면 지금의 실업문제는 대단히 심각한 수준이다.
과연 이런 상황에서 대졸 초봉의 임금을 깎고, 행정인턴직과 일시적 사회서비스 일자리를 늘리고, 토목공사를 벌여서 과연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 수 있을까? 당장에 급해서 일단 그렇게라도 하겠다면 말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 정부가 추진하는 일자리 대책의 문제점은 그렇게 임시방편적인 대책만 수립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장기적인 안목을 가진, 우리사회가 앞으로 필요로 하는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정부는 제시하지 않고 있다. 같은 공공 건설공사를 하더라도 정부가 만약 공공보육을 전면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히고 전국의 2,100개 동에 영아전담 보육시설을 짓겠다고 하면 그것은 박수를 받을 일이다. 보육시설 1개를 신축하는데 약 3억3천만 원의 예산을 쓴다고 가정할 때 총 6,300억원이 소요되는 이 공사야 말로 서민들 일자리를 만드는 건설공사가 될 것이고, 빠른 시간내에 보육교사 등 지속적이고 안정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관점에서 현 시기에 보다 진지하게 검토해야 하는 국가적 과제가 ‘녹색 일자리 만들기’이다. 앞으로 경제발전은 생태환경의 보전과 양립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추구되어야 한다. UNEP(유엔 환경계획-유엔산하 환경전문기구)에서 2008년도에 발표한 보고서 「녹색일자리-지속가능한 저탄소 세계에서의 좋은 일자리를 향해」는 “세계가 저탄소 글로벌 경제라는 미지의 영역에 놓임에 따라 실제로 녹색일자리의 추구가 21세기의 핵심적인 경제드라이브가 될 것이다. 경제를 녹색화하는 것은 새로운 기술, 설비, 건물, 인프라에 대한 큰 규모의 투자를 포함할 것이고, 그런 요인으로 필요한 고용이 생겨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녹색일자리의 정의에 대해 이 보고서는 “예외없이 녹색일자리는 생태계와 생물다양성을 보호하고 복구하는데 도움이 되고, 고효율과 전략적 회피로 에너지와 물질자원, 물의 소비를 줄이고, 탄소경제를 탈피하고, 모든 형태의 쓰레기와 오염물질의 배출을 최소화하거나 회피하는 일자리를 포함한다. 녹색일자리는 또한 장기적수요, 충분한 임금, 안전한 작업조건, 노동조합 결성의 권리를 포함한 노동자 권리 등 노동운동의 목표와 조응하는 좋은 일자리가 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한다.
그런데 저탄소 녹색성장을 국정기조로 밝힌 이명박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관료들은 "‘녹색성장’이란 단어에서 방점이 ‘성장’에 찍혀있다”고 말한다.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1차 에너지소비의 11%까지 늘리겠다는 정부의 계획은 사실 이전 정부의 정책과 비교하더라도 후퇴한 목표치이다. 노무현 정부는 2011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5%까지 달성하겠다고 계획한 바 있다. 또한, 이명박 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한 ‘기후변화대응 종합기본계획’에서 원자력 설비 비중을 2007년 26%에서 2030년까지 41%로 늘리고, 발전 비중도 같은 기간 35.5%에서 59%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원자력 발전이 녹색성장의 핵심이라는 주장이나 마찬가지이다. 게다가 녹색성장을 하겠다면서 집권여당의 대표는 공공연하게 "전 국토를 공사현장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결국 현 정부가 지향하는 녹색성장은 새로울 것이 없는 재탕, 삼탕의 구태의연한 ‘성장’정책이다.
사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이런 비판 자체도 소모적이라는 생각이다. 이미 세계는 풍력이나 태양광 산업을 통한 녹색일자리 창출규모나 오염산업의 폐쇄로 인한 일자리 감소우려를 주제로 논쟁을 벌이고 있다. 그러한 논쟁은 인류가 생태적, 경제적, 사회적으로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거쳐야 하는 쟁점이자 해결과제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생산적이다. 지난 3월 16일자 NYT(뉴욕타임즈)는 풍력, 태양광과 같은 산업으로부터 만들어지는 녹색일자리 규모가 지나치게 과장되었다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화석연료를 이용한 발전시설 등 오염산업의 폐쇄로 인해 줄어드는 일자리 규모를 간과했다는 주장을 소개했다. 또한, 이 보도는 다음과 같은 주장을 인용하며 기사를 마무리했다. “신재생에너지 기술들이 더욱더 지역에 기반하고 있고, 노동집약적이기 때문에 석유나 천연가스에 투자해서 얻는 일자리수보다 신재생에너지와 에너지 효율에 투자해서 얻는 일자리 수가 4배 많다”
정부는 현재와 같은 지속가능하지 않은 경제구조를 그대로 둔 채 일회적이거나 질 나쁜 일자리 대책을 그럴싸하게 포장해 발표하는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 그리고 보다 근본적으로 지속가능한 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경제시스템은 무엇이고, 어떤 단계와 정책수단으로 거쳐 그러한 경제시스템으로 전환해나가야 하는지 구상하고, 사회적 합의를 형성해나가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전 사회적으로 생산적인 토론을 조직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어떤 일자리가 생겨나고 어떤 일자리가 없어지는지 구체적으로 논의를 해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인류사회의 보편적 가치를 실현하면서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국민의 삶을 보장하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