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과 성찰이라는 평화의 무기
전북 부안시민발전소 이현민 소장
서울에서 부안까지
서울이 고향인 이현민 소장이 부안과 인연을 맺은 것은 대학시절부터다. 그는 농활대장으로 1988년과 1989년에 부안에 방문했고, 1991년부터는 본격적으로 부안에 내려와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서울에서 벗어나 살고 싶다는 것과 농사를 짓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는 그 때부터 지금까지 농사를 지으며 부안에서 살고 있다.
그가 부안을 선택한 것은 농활 때의 단순한 인연 때문이 아니다. 자연과 인심이 좋은 곳을 찾던 중, 부안이 제일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낯선 곳이라 모든 게 어려웠지만, ‘농부로 평생을 살아야겠다’는 분명한 의지 덕분에 견딜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하늘, 땅과 더불어 살 수 있는 농업을 선택한 것이 탁월했다고 생각한다. 경제적․사회적 인식을 떠나 생명을 키우고 가꾸는 일이 매우 의미있다고 생각해 한번도 후회해 본 적 없다하는 이 소장. 그는 부안이 동학의 역사가 이어져 내려오는 곳이고, 양심적인 지식인들과 농민들이 근현대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였던 곳이기에 그 숭고한 정신을 이어받고 싶다했다. 부안은 최근에도 새만금 간척사업이나 방폐장 유치와 같은 국가 권력에 의한 지역공동체 파괴행위에 맞서 지역주민들의 분명한 자기주장과 스스로 대안을 만들어 가는 작은 움직임들이 있었다. 이 소장은 이러한 부안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살아간다.
그는 2008년에 아름다운재단의 ‘아름다운 심산활동가상’을 받았다. 2003년의 부안 방폐장 반대운동(부안 핵폐기장 반대운동)이 단순히 반대를 위한 운동에 그치지 않고 주민주도의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생산하는 ‘부안시민발전소’로 전환하여 활동했기 때문이다. 또한 올 1월에는 국회 내의 ‘기후변화포럼’에서 국회의장상(대상)을 받았다. 이러한 성과는 단기간에 무엇을 성취하려 하지 않았고 많은 주민들이 관심과 애정을 표시해주시고 외롭지 않도록 격려해주셨기 때문이라 한다.
주민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이 우선이 돼야
조급해하지 않고 길게 봤다. 본인과 주민들이 할 수 있는 만큼의 몫을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무엇을 많이 하려는 게 아니라, 주민 스스로 머리를 맞대고 필요한 만큼 소박하게 만들어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여긴 것이다. 어떤 정치적인 목적이나 타 필요에 의한 성과주의는 자본과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며, 개인의 이익을 먼저 추구하기에 공동체적인 마을 만들기는 뒷전으로 밀려나게 된다. 이 소장은 이러한 생각으로 주민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또한 2005년부터 지금까지 정부지원을 받지 않고 있다. 그는 ‘왜 우리가 에너지를 아껴야 하며, 유기농으로 농사를 지어야 하는가?’, ‘왜 초록마을과 같은 마을회사를 만들어야 하는가?’ 등에 대해 주민들과 소통하며 나누고 있다.
또한 그는 주민들과 마을만들기 교육을 하면서 에너지 자립마을을 어떻게 만들어 나갈 것인지 고민하고, ‘에너지 자립 등용마을 100년 발전계획’을 만들어 젊은이들을 끌어모으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해 주민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그리고 등용마을 주민들과 등용성당, 생명평화 마중물, 부안시민발전소가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함께 논의, 교육, 선진지 견학을 하면서 마을에 맞는 대안들을 찾고 있기도 하다. 현재 등용마을은 전기 사용을 20% 정도 절약하고 있고, 가정용 전기의 60% 정도는 태양광으로 공급되고 있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에너지 체험캠프도 실시하고 있으며, 한겨레 초록마을과 친환경 급식 등으로 농산물을 공급하며 마을을 운영하고 있다.
입은 하나요, 귀는 두 개다
이 소장은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해 소통이 되지 않는 것이 우리 사회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말하는 것보다 더 많이 들어야 하는데 눈, 코, 귀를 막고 입만 살아 있다는 것이다. 또한 농민마저도 농업을 천시하고 자신이 생산한 농산물을 가격폭락을 이유로 갈아엎는 물신주의에 빠져있지는 않은지, 지력을 키우려 하지 않고 대량생산을 위한 화학농법에 길들여 있지 않으지 지적한다. 그는 농민들이 농사꾼의 마음을 잃어버리는 것은 가장 핵심적인 가치를 버리는 것이라 생각한다. 따라서 농민들이 농업의 가치를, 마을의 가치를 다시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마을에는 나눔이 있기 때문이다.
소통과 가치가 존재하는 구체적인 현장이 마을이라고 말하는 이 소장. 그는 마을이 최소의 단위지만 농업과 농촌의 기반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동네 공동체를 새롭게 만들어 내는 것이 당장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 그러한 일들을 하려고 한다. 다른 것을 흉내내 당장 돈을 벌기보다는 욕심내지 않고 친환경 농업, 에너지 자립 등을 통해 주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일들이 무엇인지 찾고 있다. 성과가 늦게 나오더라도 길게 보면서, 천천히 가더라도 함께 가면 된다는 믿음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는 생명에 대한 존중, 평화에 대한 바람으로 지금까지 먼 길을 돌아왔다 말한다. 과거에는 급진적 학생운동과 농민운동으로 세상을 짧은 시간에 변화시키려 했으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한다. 오래 걸리더라도 실천하는 만큼 세상도 바뀌고 있다는 진리를 얻기까지 오랜 세월이 걸렸다는 이 소장. 앞으로도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여럿이 함께 가라’는 말을 좌우명 삼아, 주민들과 함께 꾸준히 가려한다.
이 소장은 주민들이 있고, 마을이 있고, 평생에 해야 할 일이 있다는 사실이 행복하다 말한다. 욕심내지 않고, 초심을 잃지 않고, 내가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만큼의 일을 하면서 뚜벅뚜벅 걸어가는 것이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또한 누가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이고 수평적으로 성찰과 소통하는 것이 좋다 생각한다. 그는 소통과 성찰이라는 평화의 무기로 마을에서 낑낑(?)거리며 살겠다 말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글 하재정 지역리더 편집위원/정농장 대표
부안시민발전소
에너지 자립마을
전북 부안군 하서면 장신리 59-4번지
063-582-3532
http://cafe.naver.com/yespeace2
* 이 글은 지역재단 소식지 지역리더 17호에 실린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