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밀살리기, 지역의 힘으로
― 오직 한길로 농민・농업을 위해 살아온 희망지기
지역의 희망을 일구어온 한결같은 농민운동가
김석호(57) 합천군 우리밀생산자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73년 고교 졸업 후 바로 고향 합천군 초계면에서 농사지으며 가톨릭농민회 활동을 시작한 후, 오늘까지 한결같은 심지와 헌신으로 지역농민을 위해 일하고 있는 농민운동가이다. 79년부터 가톨릭농민회 마산교구 농민회 총무와 회장직을, 그리고 그 후 전국본부 부회장과 우리밀살리기운동 전국본부 이사 및 지역본부장을 맡아 농민 권익 향상을 위해 일해 왔다. 지역에서는 2000∼2008년 동부농협 이사로, 2009년부터는 감사로 열정을 쏟고 있다. 현재 주된 활동은 유기농 벼농사와 밀농사를 하면서 지난 93년부터 이끌어온 ‘합천군 우리밀생산자위원회’ 위원장과 위원회 사업조직인 ‘합천군 우리밀영농조합법인’(2006년 설립) 대표이사 일로 여념이 없다.
우리밀살리기운동의 개척자
김석호 위원장 하면, 우리밀을 떼놓고 얘기할 수 없다. 지난 20년간 마을에서 지역에서 전국 단위에서 우리밀 재배 복원과 생산 확대 및 소비 촉진 활동에 헌신하여 최근 ‘밀 자급률 1%‘의 희망을 조직해낸 주역이다.
80년대 반독재・반외세 농민투쟁의 중심이었던 가톨릭농민운동 내에서는 87년 6월 항쟁을 전후하여 농민운동 단일전선(현 전국농민회총연맹) 구축과 함께 새로운 대안운동의 추진을 모색, 그 일환으로 지역에서 우리밀살리기운동과 도농직거래 운동을 결의한다. 이에 86년 생협으로 설립된 ‘한살림경남’을 주도한 김석호 위원장 등은 우리밀 복원운동을 시작했으나 우리밀 종자를 찾지 못하던 차에 87년에 마침 고향 초계면의 한 농가에서 농주를 빚기 위해 재배해오던 농가로부터 우리밀 종자를 확보했다. 이를 87년 파종해 최초로 우리밀 집단재배를 시작함으로써 그 후 91년 우리밀살리기운동본부 발족으로 전국에 확산되는 전기를 마련하였다.
우리밀 자급률은 지난 84년부터 정부 수매 중단과 외국밀 수입개방정책으로 자급률이 70년 15.4%에서 85년 0.4%로 급전직하, 91년 우리밀살리기운동본부 발족 전 90년엔 0.05% 수준이었다. 그 후 96년경에는 0.5%까지 자급률을 회복, 민간 차원의 대안운동으로서 우리밀살리기운동의 큰 성과를 내었다. 그러나, 수요 확대에 비해 과잉 생산되면서 채산성 악화로 고전하던 운동본부가 아이엠에프 외환위기를 맞아 부도를 내면서 합천군의 밀 재배도 한때 타격을 입는다. 이후 2001년경부터 우리밀 수매・가공유통업체와 단체들이 재건되자 합천에서도 우리밀 계약재배가 재개되어 06년 1,200톤, 07・08년 1,400톤, 올해 1,520톤으로 계약 생산량이 확대되고 있다.

합천군 지역농업 조직화의 기수, 우리밀생산자위원회
93년 결성된 합천군 우리밀생산자위원회는 초계면을 중심으로 5개면에 걸쳐 현재 490명의 회원농가에 17개 생산단지(총 500ha)로 구성되어 있다. 지난 15년간 우리밀 생산으로 지역농민에게 귀속된 농가조수입은 약 200억원에 달한다. 위원회는 10월 말∼11월 초 파종 전에 계약업체와 이듬해 공급 물량을 계약하면 17개 단지장 회의를 소집, 지역별・농가별 재배면적을 정하고 종자를 공급한다. 우수한 종자 공급을 위해 위원회는 농진청의 지원을 얻어 12ha의 채종포(조경밀 증식포)를 조성, 지역에 적합한 우수 품종 공급체계를 완비한 상태이다. 아울러 매년 2회 이상 고품질 재배 및 수확후 관리 기술교육 등 회원농가 교육을 실시하며, 소비자와 함께하는 도농교류 사업으로 우리밀밭 밟기(2월 말), 우리밀 ‘추억의 밀사리 축제’(5월 말, ‘밀사리’는 밀서리의 경남지역 방언), 우리밀 파종 영농발대식(11월 초) 등을 진행해 왔다.(올해부터는 타 지역의 유사 행사를 안배하여 밀서리 축제만 실시)
우리밀은 쌀이나 콩 농사 후작으로 대표적인 이모작 농사이다. 농가 입장에선 농가소득 증대와 경지이용률 제고, 소비자 국민 입장에선 동계작물로서 안전한 우리먹을거리 주권과 국토・환경 보전 등 다원적 가치 실현을 담보한다. 국민 1인당 연간 소비량이 쌀(76.9kg/'07년 기준) 다음으로 제2주식인 밀(33.7kg)의 자급률 제고야말로 세계 식량위기가 우려되고 먹을거리 안전성이 문제되는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먹을거리정책이라 하겠다. 정부의 외면 속에서도 농민과 소비자들의 순수 민간운동으로 전개해온 우리밀살리기운동 덕에 밀 자급률은 그나마 식용 기준으로 1%대 진입을 눈앞에 둔 상황이다. 지난해부터 정부에서도 녹색성장산업 일환으로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일부 수입밀 제분・가공업체들에서도 우리밀 가공유통에 뛰어들고 있다. 합천 우리밀위원회는 (주)우리밀과 생산량 대부분을 계약 공급(연간 1,500톤)하고 있으며 올해부터 한국동아제분과 5년간 연간 400톤 규모의 공급 협약을 맺은 바 있다.
산물처리장 완공으로 제2 도약을 준비
지난 5월 23일 초계면 관평리 들판에 우뚝 선 우리밀산물처리장에선 지역 농민, 소비자 등 1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합천우리밀산물처리장 준공식 및 2009 우리밀 밀사리 문화한마당’ 행사가 열렸다. 합천우리밀산물처리장은 사업비 23억 원을 투입 3000톤 정도를 건조・저온 저장할 수 있는 전국 최대 규모의 시설로서 사일로 7기 2400톤, 선별장 1동, 건조기 3기 60톤과 작업자동화시설을 갖추고 있다. 특히, 수확에서 건조 저장까지 일관시스템 구축으로 합천에서 생산되는 생산량 전량을 처리할 수 있어 우리밀 재배농가 들의 숙원사업 해결과 함께 우리밀 생산기지로서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산물처리장 준공은 김 위원장의 오랜 숙원 과제였다. 일손 부족과 영농비 부담에 힘겨워하는 지역 농민들은 대개 고령의 영세농가들로서 그동안 수확기만 되면 수확후 포장, 건조, 이동 등에 40kg들이 우리밀 포대를 많게는 십여 회 수작업하며 보관 창고 부족으로도 애를 먹었다. 산물처리장은 논에서 바로 톤백에 담아 처리장으로 집하함으로써 수확후 작업을 일거에 해소, 영세농가 일손 절감은 물론 품질관리에도 크게 기여하게 되었다. 산물처리장 조성에는 농진청의 ‘잡곡 경쟁력향상 프로젝트’와 농식품부의 지역특화사업 및 저온저장시설사업 등의 정책사업 지원이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3000평에 이르는 부지 자부담 조성과 시설 사업비의 40%에 이르는 자부담 충원 등, 490 회원농가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특히 회원 농가들이 올해부터 밀에 대해서도 시행되는 경관보전직불금 1억 4,200만원을 모두 영농조합 출자로 결의한 데서 보듯이, 회원 농민들의 김 위원장 등 리더들에 대한 신뢰와 결속도가 대단하다. 이 모든 과정들은 ‘합천군 우리밀생산자위원회―합천우리밀영농조합’을 지역농업 조직화의 중추로 세워 합천군을 우리밀의 대표적 생산기지로 육성해나가려는 회원 농민들의 필요와 열망, 그리고 이를 조직해내는 김 위원장 등 리더그룹의 헌신의 결과이다.
김 위원장은 현재 산물처리장으로는 영농조합 운영과 농가 부가가치 증대에 수익 모델이 될 수 없음을 인식하고 제2 도약을 계획하고 있다. 영농조합의 향후 과제로는 밀 농가 전체를 위한 파종・수확의 일관 기계화 체계 (특히 고령농가를 위한 영농 대행)와 농자재 공동구입 체계 구축, 그리고 공동퇴비장 완비 등을 계획한다. 나아가 단순 생산 공급에 그치지 않고 시장 상황과 투자 수익성 등을 잘 고려하여 생산단지에서 가능한 가공유통에도 나설 계획이란다. 특히 천황산을 배후로 넓은 분지형 평야를 이루는 초계면 평야지 일대를 우리밀밭으로 조성, 초겨울부터 초여름까지 녹색 정원에다 황금물결을 이루는 경관을 조성하여, 도농교류의 대표적인 체험지로도 가꾸어갈 꿈을 꾸고 있다.
글, 허헌중 지역재단 기획이사